‘호남 1호’ 나주에 장애인e스포츠시설 문 열었다
●나주 반다비체육관서 첫 e스포츠 교육
경기장·탁구실·체력단련실 등 갖춰
나주시-시의회-연맹 등 협업 구축
아이들 “제2의 페이커 꿈꿔요” 흡족
“장애·비장애 아동 협력 통해 성장”
입력 : 2025. 04. 28(월) 18:18
지난 26일 나주반다비체육센터에서 열린 ‘장애·비장애 합동 e스포츠교실’ 첫 교육에서 학생들이 닌텐도 볼링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아잇, 생각보다 너무 어렵네. 공이 내 마음대로 안 가요.”

지난 26일 찾은 전라남도 나주시 반다비 체육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풍차를 돌리듯 게임기를 힘차게 흔드는 아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아이들. 이곳에서는 전국 최초로 e스포츠 전용 공간을 갖춘 반다비 체육센터의 첫 e스포츠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수업은 나주영산포아동센터 학생 14명을 대상으로 열렸다. 교육을 맡은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은 △카트라이더 △리그오브레전드(LOL) △닌텐도 볼링 △닌텐도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을 가르쳤다. 게임 특성상 화려한 드리프트 기술이나 어려운 전술 등이 요구되지만, 게임을 조작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밝고 즐거워 보였다. 때로는 실수에 웃고, 승부욕을 불태우며 즐겁게 도전했다.

이모(11)군은 “닌텐도 게임을 여기와서 처음 해 봤다. (오락은) 휴대폰으로만 하는 게 전부였는데, 운동하듯 땀이 뻘뻘 난다”며 “같이 온 친구를 이기고 싶은데 잘 안된다. 이제 시설도 갖춰졌으니 열심히 연습해서 얘들 중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 26일 나주반다비체육센터에서 열린 ‘장애·비장애 합동 e스포츠교실’ 첫 교육에서 참여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성현 기자
지난 11일 문을 연 반다비 체육센터는 광주·전남 지역 최초로 장애인 e스포츠 전용 공간을 갖춘 체육시설이다. 30억원을 들여 노후 체육관을 리모델링해 지상 2층, 연면적 3849㎡ 규모로 탈바꿈했다. 경기장·탁구실·체력단련실·e스포츠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췄고,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구조와 장애인 맞춤형 게임 장비, 보조기기 등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나주시는 시의회·장애인e스포츠연맹과 ‘3자 협업 체계’를 꾸려 장애인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다.

박소준 나주시의원은 “e스포츠는 장애인들에 가장 장벽이 없는 스포츠다. 이동부터 교육 과정까지 세심히 준비했다”며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지역과 통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박동민 전남도당 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은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모델을 나주에서 만들 수 있어 뜻깊다”며 “향후 지역을 대표하는 e스포츠 전문 인력이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날 첫 수업은 단순한 게임 교육을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이자 배움의 장’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가장 마지막으로 교실을 빠져나가던 박광일 군은 “매일 혼자 게임을 했는데, 함께할 사람들이 생기니 너무 좋다”며 “카트라이더가 너무 재밌었다. 가르쳐 준 대로 하니 실력도 올라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싶다. 페이커처럼 유명해지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은채 나주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은 “장애·비장애 그리고 단순한 놀이를 넘어,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이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며 “나주가 장애인 e스포츠 선도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반다비 체육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힐링e스포츠’ 프로그램, 토요일에는 ‘신나는 e스포츠 주말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양성 과정과 ‘찾아가는 교실형 e스포츠’ 프로그램도 새롭게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26일 나주반다비체육센터에서 열린 ‘장애·비장애 합동 e스포츠교실’ 첫 교육에서 학생들이 카트라이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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