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법한 소방관 화재진압 배상책임 안돼
면책 등 기준 꼼꼼히 손질해야
입력 : 2025. 02. 23(일) 16:32
화재진압 중 강제로 현관문을 개방한 소방관이 배상금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화재 책임자 사망으로 구상권 청구가 어렵게 된 상황과 맞물려 해당 빌라가 화재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이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사 역시 보험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을 구조해야 할 급박한 상황에서 현관문을 파손한 것은 소방관의 당연하고 적법한 행위다. 소방관은 화재진압을 위해 필요하다면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현재 소방기본법도 소방관이 일으킨 물적 손실은 국가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큰 틀의 책임과 달리 보험이나 소방당국이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 등 최소한의 안전망이 세부 설계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건물주의 사망이라는 변수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잘못된 보험설계의 전형이다. 오인출동시 사고의 책임문제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한 대비책도 미흡하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다 기물을 파손하거나 긴급 출동 중 교통사고를 냈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국가가 져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거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의 의무는 혼신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다. 소방차 진입로 확보를 위해 골목길 차량을 치우다 손상이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국가가 보상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당연한 것을 소방관이나 소방서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이들이 겪을 상실감이나 심리적 허탈감도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미 마련된 면책과 배상의 기준을 좀 더 촘촘하고 꼼꼼하게 정비해 국민을 위해 자신의 희생마저 불사하는 소방관을 지켜줘야 한다. 소방관이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최선의 길이다. ‘먼저 인명을 구조하고 나중에 보상은 생각하자’는 이들의 사명감을 지켜주는 것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사설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