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모락모락’ 추위 녹이고 정 나누는 한파 쉼터
광주 대인·계림1동 쪽방촌 겨울나기
들랑날랑센터·쪽빛상담소 운영
강추위·폭설 속 주민들 ‘사랑방’
식사 제공·세탁·샤워·건강 관리
한파 기간 임시 생활공간 기능
입력 : 2025. 02. 05(수) 18:16
5일 광주 동구 대인동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날씨가 너무 추워서 피난 왔어요. 옷을 두 겹 세 겹 두껍게 껴입어도 세찬 바람 때문에 춥네요.”

쪽방촌 주민 전기배(77)씨는 5일 오전 광주 동구 대인동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에 들어서며 이같이 말했다.

광주 지역에 매서운 추위와 함께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센터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세탁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온 주민과 익숙한 듯 난방기기 앞에서 TV를 시청하는 어르신 등 추위를 피해 모인 이들로 북적였다.

특히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난방기구나 방한용품이 없는 열악한 곳에서 생활 중인 광주 동구 대인동·계림1동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이곳은 따뜻하고 안락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단순하게 추위를 피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

지난해 3월 문을 연 사회적협동조합 여로 산하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는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식사를 나누고, 세탁과 샤워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건강증진실이 마련돼 있어 지역민들의 건강 관리까지 돕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이·미용 봉사활동과 재능 기부 공연도 이어지면서 추위를 피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씨는 “원래 조용하던 동네에 센터가 생기면서 복작복작하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웃어 보였다.

이수연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 과장은 “하루 60~70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출석 시스템으로 방문자를 확인해 주민들의 안부도 함께 살피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식사와 샤워 등 개인위생을 지원하고, 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 동구 대인동 주민들이 쪽빛 상담소에서 진행된 원예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제공
센터 반대편에 자리한 쪽빛 상담소도 한파 취약 계층들의 쉼터다.

지난 2022년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산하에 마련된 이곳에서는 음악·스포츠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도시락 배달 등 구호 물품 제공,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한파 쉼터를 운영하며 비거주시설 거주자를 돕고 있다.

특히 동계 기간(11~2월)에는 임시 생활 공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해 다시서기센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조해 마련된 세대에서 최대 20일간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승도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과장은 “170여명의 센터 등록자 중 하루 40여명이 상담소를 찾아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거나 난방 기구 앞에서 몸을 녹이며 보드게임을 하는 등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파 기간 취약계층이 상담소를 편히 방문해 상담 및 지원을 받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주거 상향을 통한 따뜻하고 쾌적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계림1동에 거주하는 박효균(69)씨는 “이제는 센터와 상담소 두 곳을 방문하는 게 하루 일정으로 자리 잡았다”며 “예전에는 좁고 추운 집에서 홀로 보내면서 너무 외로웠는데 센터에서 끼니도 해결하고 상담소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번 반갑게 맞아주는 담당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경로당, 은행 등 총 1483개소(동구 155개소·서구 275개소·남구 300개소·북구 403개소·광산구 350개소)의 한파쉼터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파특보에 대비해 동구(국민체육센터)·서구(서구청 지하 2층 민방위실)·남구(노인복지회관)·북구(북구청 2층)·광산구(광산구청 7층)에 총 5개의 한파 응급대피소를 지정해 한파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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