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격랑 속 ‘호남정치’ 위상 강화 힘 모아야
호남 유일 최고위원 사퇴 ‘우려’
지역 대변·중앙과 소통창구 부재
민주 ‘텃밭’ 정치력 약화 위기감
“조기 대선, 지역 정치권 결집을”
입력 : 2025. 02. 05(수) 18:08
지난해 8월4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신임 전남도당위원장이 나주시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전남도당 정기당원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기 대선 가능성 등 ‘탄핵 정국’의 격랑 속에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자 텃밭인 호남이 정치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호남 유일의 지명직 최고위원인 주철현(여수갑) 의원이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중앙당에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소통 창구 부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서 호남정치의 부활과 위상 강화를 위한 지역 정치권의 결집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주철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본래 자리인 전남도당위원장 역할 수행에 전념하겠다. 전남도당이 민주 정권 창출의 선봉장이 돼 열심히 싸우겠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호남 몫 최고위원은 한명도 남지 않게 돼 지역에서는 중앙과의 소통 창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에도 선출직 최고위원 후보였던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 낙선하면서 지역에서는 ‘예전과는 달라진 호남 정치 위상을 반영한 결과’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특히 민 의원의 사례는 지난 21대 때 민주당 최고위원에서 낙선한 서삼석, 송갑석 의원에 이은 3연속 실패로,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호남 정치가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의 ‘호남 홀대’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영광·곡성군수 재보궐선거의 경우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함을 남겼다. 민주당이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채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과 치열한 접전을 벌여 다음 지방선거에서 ‘호남 다자구도’ 가능성도 점쳐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향한 호남의 달라진 반응을 의식한 듯, 이재명 대표는 호남 몫 최고위원으로 주 의원을 임명하며 지역 민심을 달랬다. 그러나 주 의원 사퇴 이후 세종갑 출신 홍성국 전 의원을 후임으로 임명한 것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다시금 호남 홀대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표심과 당내 통합, 계파 균형 인선을 부각시키기 위해 홍 의원을 임명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텃밭인 호남을 제외하고 시급한 현안인 민생경제와 영남권 표심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전남 국립의대 신설 등 산적한 지역 현안과 더불어 조기 대선 국면에서 호남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주철현 의원은 “최고위원이 없다고 해서 지역의 목소리가 중앙당에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 의원들 모두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당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등 각자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 정치력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다시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0%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였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표 결집 부족으로 0.73%p라는 미세한 차이로 이재명 대표가 고배를 마시지 않았냐”고 지적한 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호남이 정권 교체를 위해 한데 뭉치는 것이 호남 정치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12·3비상계엄 이후 똘똘 뭉칠 것 같았던 민주당마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또다시 분열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겹쳐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호남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조기 대선에서 호남의 정치적 결단과 힘을 보여준다면 정권 교체 이후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현안 등을 중앙에 강력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전남도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