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발전 한눈에"…'車 역사관' 헨리포드 박물관
<7>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미시간의 과거
1929년 포드 고향 디어본에 설립
美 대통령 차량 변천사를 한눈에
클래식 캐딜락에서 자율주행까지
'그린 필드' 수백년 전 여행 체험
대량생산 혁명 '모델 T' 실주행도
입력 : 2024. 12. 16(월) 18:56
미국 미시간 디어본에 위치한 헨리포드 박물관 그린필드 빌리지에서는 포드사를 대표하는 차량 ‘모델 T’가 실제로 운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윤준명 기자
‘모터시티(자동차 도시)’로 알려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역사는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 혁신에서 시작된다. 그의 고향인 디어본에 위치한 헨리 포드 박물관은 자동차 산업 발전의 역사와 혁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으로, 자동차 산업의 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자동차 산업의 혁명가 헨리 포드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위성도시인 디어본에서 태어났다. 그는 1903년 포드 모터 컴퍼니를 설립, 조립라인 생산방식을 도입해 자동차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헨리 포드의 혁신은 단순히 자동차 제조의 방식만 바꾼 것이 아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디트로이트와 미시간주를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디트로이트는 포드 외에도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을 품으며 ‘자동차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포드의 영향력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불러왔으며, 그는 ‘현대 산업 사회 발명가’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게 됐다.

그의 고향 디어본에는 자동차 혁신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1929년 문을 연 헨리 포드 박물관은 포드의 유산과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자원으로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탑승했던 마차의 모습. 윤준명 기자
박물관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가장 먼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실제 탑승했던 관용차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부터 프랭클린 루스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에 이르기까지, 80여년간 미국 대통령들이 탔던 차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각 차량은 당대의 기술과 디자인을 반영하며, 자동차의 발전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자동차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진화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족끼리 찾아온 관람객의 경우 아이들은 대통령들이 실제로 탑승했던 차량을 보며 신기해 하고, 부모들은 각 차량에 담긴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조카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갓스윌(30)씨는 “조카에게 자동차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며 “대통령들이 실제로 탑승했던 차량을 보면서 조카가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니,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우리 역사의 일부라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1908년 출시된 포드사를 대표하는 차량 ‘모델 T’의 모습. 윤준명 기자
박물관에서는 포드 모터 컴퍼니가 출시한 시대별 자동차도 볼 수 있다. 이 중 핵심 전시물은 1908년 출시된 ‘모델 T’로 자동차 대량생산 혁명을 상징하는 차량이다. 통산 1650만대가 생산돼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이 팔린 자동차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델 T는 당시 일반 노동자의 2개월 치 봉급 수준의 가격으로 저렴했다.

헨리 포드는 모델 T 생산에 컨베이어 벨트 조립라인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효율을 크게 향상시키고, 생산 비용을 절감했다. 이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으며, 자동차를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일반 시민들의 일상 필수품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GM의 2016년식 볼트 EV 완전자율주행차량(왼쪽)과 1959년식 클래식 캐딜락의 모습. 윤준명 기자
드라이빙 아메리카 전시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험 운행됐던 GM의 볼트 EV 완전자율주행 차량과 1959년식 클래식 캐딜락이 나란히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유행하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클래식 캐딜락에 비해 볼트 EV는 현시대 일반 승용차가 그렇듯 비교적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볼트EV는 2016년 3월에 제작된 모델로, 차량 내부에는 카메라와 고성능 내장 컴퓨터가 탑재돼 있으며, 외부에는 센서 등이 장착돼 주변을 인식하며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대조적인 내·외형의 두 차량은 자동차 산업의 빠른 발전 속도를 실감하게 하고, 과거에서 현재를 거친 자동차의 미래까지 상상하게끔 한다.
미국 미시간 디어본에 위치한 헨리포드 박물관 그린필드 빌리지에서 관람객이 탑승할 수 있는 마차가 운행되고 있다. 윤준명 기자
이 외에도 박물관 밖에 위치한 97만㎡ 규모의 ‘그린필드 빌리지’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선사한다. 미국의 ‘민속촌’과도 같은 이곳은 에디슨 전구 발명 50주년을 기념해, 에디슨과 인연이 있던 헨리 포드가 당시 미국 대통령과 공동으로 조성했다.

이곳에는 에디슨의 실험실과 라이트 형제의 집, 헨리 포드의 생가, 링컨이 변호사 시절 일하던 법원 등 다양한 역사적 건물들이 옮겨졌거나 복원돼 있다.

또한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미국 농장과 마을의 모습 등도 함께 볼 수 있으며, 관람객들은 마차와 포드 모터 컴퍼니의 모델 T, 초기형 버스 등을 타고 넓은 그린필드 빌리지를 둘러보며 당시의 생활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제나(34)씨는 “마차를 타고 과거의 미국 마을을 돌아보니, 마치 역사책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그 시대의 분위기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티브(25)씨도 “헨리 포드 박물관을 둘러본 후, 그린필드 빌리지를 돌아보는 데까지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며 “그 시절 사람들의 삶과 역사적 인물들의 배경과 성취를 느낄 수 있어 인상 깊었고, 자동차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경험이 특별했다. 이러한 발전이 다가올 미래에는 어떻게 이어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미시간=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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