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성적에도 큰 무대서 강했던 ‘우승 청부사’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10> 투수 에릭 라우어
정규시즌 7경기 2승 2패 아쉬움
한국시리즈에서는 3선발로 낙점
두 차례 피홈런에도 5이닝 소화
“내가 원하는 공 마음껏 던졌다”
입력 : 2024. 11. 17(일) 15:27
KIA타이거즈 에릭 라우어가 지난달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3차전 2회말 1사 1루에서 박병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수비를 끝낸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집중했고, 충분히 좋은 공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든 타이거즈를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

올 시즌 도중 KIA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에릭 라우어에게 가장 먼저 붙은 별명은 ‘우승 청부사’였다.

외인 2선발을 책임졌던 윌 크로우가 개막 2개월여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캠 알드레드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며 이들을 동시에 웨이버 공시하며 띄웠던 승부수기 때문이다.

라우어에 대한 기대감의 규모에는 화려한 경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치며 여섯 시즌 동안 120경기(선발 112경기)에 나서 596.2이닝을 소화했고 36승 37패 2홀드와 평균자책점 4.30의 성적을 남겼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 이력에도 불구하고 MLB에서만 네 시즌을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라우어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던 KIA에게는 피하기 힘든 매력적인 카드였다.

특히 2022시즌에는 29경기에서 11승 7패와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는 등 충분한 위력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KBO 리그는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었다. 8월6일 KIA와 계약을 체결한 라우어는 닷새 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라우어는 피홈런 2개를 포함 피안타 7개와 사사구 2개를 내주는 등 3.1이닝 4실점에 그치며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KIA가 패배하긴 했지만 타선이 7회말 동점을 만들며 라우어가 패전 투수가 되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데뷔전에서 고전한 라우어는 다음 등판인 8월17일 LG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KBO 리그 데뷔 첫 승을 챙겼으나 8월23일 NC전과 8월29일 SSG전에서는 각각 5이닝 4실점, 5이닝 5실점으로 크게 흔들리며 2패를 안았다.

결국 라우어는 한국 무대에 입성한 첫 달 퀄리티스타트를 챙기지 못한 채 4경기에서 18.1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와 평균자책점 6.87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확실한 믿음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라우어는 아쉬움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9월5일 한화전에서 6.1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첫 퀄리티스타트를 챙겼고 9월12일 롯데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이었던 9월30일 NC전에서는 4이닝 동안 71구를 던지며 2실점을 기록한 뒤 휴식을 부여받았다.

정규시즌을 마친 라우어의 성적은 7경기에서 34.2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와 평균자책점 4.93이었다. 방어율도 어느 정도 정상 궤도를 찾았고,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3선발로 라우어를 일찌감치 내정했다.

투수에게 불리한 환경에서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등판을 맡은 라우어는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이성규와 김영웅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두 점을 내줬고, KIA가 2-4로 패했으나 패인은 마운드보다는 타선의 침체에 있었다.

또 라우어가 5이닝을 소화해 주면서 단기전에는 치명적인 불펜 과부하도 예방했다. 라우어는 6차전 선발 투입도 준비했으나 한국시리즈가 5차전에서 종료되면서 두 번째 등판은 무산됐다.

라우어는 한국시리즈 3차전 등판을 마친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나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집중했고, 충분히 좋은 공을 던졌다”며 “실투로 홈런을 맞았다면 실망스러웠겠지만 첫 번째는 잘 던진 공이 담장을 넘어가 놀랐고, 두 번째는 타자가 잘 노려서 쳤다”고 복기한 바 있다.

이어 “정규시즌에는 KBO 리그 데뷔전이었기 때문에 삼성 타자들에게 맞춰서 공을 던졌다면 이번에는 타석에서의 반응을 보며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며 “언제든 다시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됐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인 만큼 언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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