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대출금 못 갚아’… 경매 넘어가는 아파트 쏟아진다
고금리·부동산 침체 장기화 원인
광주 임의경매 1551건 전년 2배
‘영끌족’ 대출 상환부담 못 견뎌
경매시장 활기… 낙찰가율 치솟아
입력 : 2024. 02. 13(화) 18:27
광주지방법원 경매4계가 진행하는 경매 법정에서 한 시민이 부동산 매물 리스트를 살펴보고 있다.
광주에 아파트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건수는 1551건으로, 지난 2022년 764건보다 무려 787건(103.01%) 증가했다. 지난해 전남지역 임의경매 물건도 전년도 3630건보다 1834건(50.52%) 늘어난 5464건을 기록했다.

전국 상황도 비슷해 지난해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건수는 총 10만5614건으로 2022년 대비 61%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 암흑기였던 지난 2014년 12만4253건을 기록한 이후 9년만에 10만건을 돌파한 수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 신청이 가능하며, 통상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최근 1년 사이 임의경매 등기 신청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으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대출받은 사람들)’과 ‘갭투자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꼽힌다. 지난 2021년 전후 저금리로 부동산과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면서 무리하게 금융권 대출을 받은 영끌족과 갭투자자들이 이후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하면서 경매에 넘어간 물건이 늘어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부동산 매매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경매 물건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파트 경매 물건 증가 속에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지역 경매시장은 때아닌 활기를 띠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최근 발표한 ‘2023년 1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2월 87.6%로 전달(79.1%)보다 8.5%p 상승했다. 이는 전국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경매시장 활황의 척도로 삼는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경매 물건의 가치 평가가 높다는 의미로, 낙찰가율이 오르면 경매 시장은 활황세이며 그 반대는 침체라고 판단한다.

광주지방법원 경매법원에는 아파트, 빌라 등 경매 물건을 입찰하러 온 투자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 만난 유태하(34)씨는 “신축 아파트는 평생을 돈을 모아도 구입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경매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넘쳐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경매법원을 찾았다”며 “단지 실거주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산을 불리기 위한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덕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 대의원은 “5~6%대에 달하는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부터 예견된 현상”이라며 “현재 광주지역 경매 매물은 수십개의 부동산에 갭투자를 한 기업형·법인형 투자자 매물이 대다수로,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는 한편 하반기까지 경매 매물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경제일반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