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중심도시’ 광주, 장애인 선수 지원 태부족
●광주서 전국 장애인e스포츠대회
전국 첫 선수단 ‘무등’ 큰 관심 속
처우 개선·편의시설 마련에 인색
경기장도 장애인 이동 등 큰 불편
입력 : 2023. 11. 21(화) 18:25
이명호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 유수일 광주장애인e스포츠협회장, 김현우 조선대 아시아e스포츠센터장, 광주시 장애인e스포츠 ‘무등’ 선수단 등이 지난 4월20일 조선대 광주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 ‘무등’ 선수단 창단식에서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 장애인 e스포츠대회가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광주시의 장애인 e스포츠에 대한 지원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e스포츠 중심도시’를 천명하며 전국 최대 규모인 광주e스포츠경기장을 중심으로 굵직굵직한 e스포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과 게임개발자 육성 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장애인 e스포츠 선수에 대한 처우 개선·편의시설 마련 등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24일부터 사흘간 한국콘텐츠진흥원·대한장애인체육회 주관으로 ‘2023년 제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가 광주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지난 5월 광주시·한국콘텐츠진흥원·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e스포츠대회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추진됐다. 종목은 크게 PC·콘솔·VR로 나뉜다. 기존 장애인e스포츠대회와 달리 장애 유형을 분류, 지체·시각·청각·지적장애인들이 각각 경기를 치르게 된다. 또 유형별로 숙소 및 셔틀버스 등을 나눠 선수단에게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첫날인 24일에는 광주 라마다호텔에서 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장애인e스포츠 포럼’이 개최된다. 광주시장·지자체장·가맹단체장 및 선수단이 참여하는 이번 포럼에서는 대회 개회식과 함께 ‘장애인e스포츠 발전 방향 및 패럴림픽 정식 종목화’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광주시가 다양한 e스포츠 활성화 시책을 펼치고 있지만 장애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광주에서 전국 최초의 장애인 e스포츠단 ‘무등’이 출범하는 등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처우는 변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장애인 e스포츠단 ‘무등’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자 광주시 e스포츠의 기폭제였다. 선수단 모집 당시 50여 명이 신청해 39명(지적·자폐·시각장애인)이 뽑혀 출범하자마자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출범 3개월 만인 지난 6월 광주시체육회 소속으로 제17회 전국장애학생체전 e스포츠 부문 동메달을, 7월 출전한 천안 흥타령배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각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이명호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은 “무등은 정말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광주에 자극 받아 경기도와 충남에서도 장애인e스포츠 구단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무등이 전국에 동기 부여를 줬다”고 호평했다.

광주의 명예를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장애인 e스포츠선수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빈약하다. 무등 선수단은 전국대회 참가비용을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 일부 비용과 유수일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의 사비로 충당했다.

무등 선수단에 대한 광주시의 유일한 지원은 광주e스포츠경기장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장애인이 훈련하기에 적절치 않아 선수들은 3개월만에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e스포츠교육원으로 훈련장소를 옮겼다.

광주e스포츠경기장은 장애인용 경사로 등이 부족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출입하기 힘들고 경기장 내 점자유도블럭이 끊겨 있어 시각장애인의 이동이 불편하다. 또 책상의 위아래 이동·높낮이 조절이 안돼 장애인 선수가 편히 사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광주시는 24일 개막하는 전국 장애인 e스포츠대회를 앞두고,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이동과 숙소 지원과 함께 전동 리프트 등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유찬 전남과학대 e스포츠융합학과장은 “장애인들에게 e스포츠는 유일하게 장벽이 없는 스포츠다. 그들은 비장애인과 달리기로 경쟁할 수는 없어도, 게임 안에서는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면서 “광주가 e스포츠 선도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그동안은 장애인e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지만 시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재정 등의 문제는 당장은 어렵지만, 지원할 계획은 있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노병하·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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