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해변 인근 공영주차장 얌체 차박족 ‘기승’
야영·취사행위… 장기주차 사례도
화재·사고위험, 쓰레기 투기 빈번
각종 소음발생 등 주민 불편 겪어
지자체 “적극적인 계도·단속 노력”
입력 : 2024. 10. 09(수) 18:40
최근 장성 황룡강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일부 야영객들이 장작을 피우고 야영을 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완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남지역 해변과 강가 등에는 차량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차박’을 하기 위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여행객들은 공영주차장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야영, 취사를 하기도 해 인근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자체는 적극적인 계도·단속을 통해 공영주차장 내 불법 차박 행위를 근절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찾은 장성 황룡강 인근 공영주차장.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지나자, 차박을 하기 위한 여행객들의 차량이 몰려들었다.

저마다 차량용 텐트와 간이 의자 등 각종 캠핑용품을 꺼내 강가에 자리를 잡은 여행객들은 가스버너로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등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예 장작을 태우는 통을 가져와서 불을 지피는 이들도 많아 대형 화재 발생이 우려됐다.

최근 찾은 화순 화순천 인근 공영주차장 쓰레기장에 여행객 등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윤준명 기자
같은 날 찾은 화순 화순천 일대 공영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조명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차량이 들어섰다. 장기간 주차된 것으로 보이는 캠핑카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등 주차장 일부를 개인 ‘별장’처럼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주차장 내부에 설치된 쓰레기장에는 ‘차박족’ 등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생활 쓰레기로 가득했다. 민가나 숙박시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음에도 밤늦은 시간까지 스피커로 음악소리를 크게 틀어놓는 등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차장 곳곳에 무단 야영과 점용 행위를 금지하는 안내문이 걸려있었지만, 여행객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얌체’ 차박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같이 가을을 맞아 전남지역 곳곳의 해변과 강가 인근 공영주차장에는 차박족이 끊이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불편과 불안을 겪고 있다.

화순에 거주하는 조모(25)씨는 “집 주변 공영주차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박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휴일이면 ‘차박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며 “주차장 여러 면을 점유해 야영하고, 심지어 캠핑카 등을 장기 주차해 두고 휴일마다 와서 사용하기도 하는 등 주차장이 무료라는 점을 악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차박족이 불을 이용해 야외에서 취사해 대형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야영 중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주차장이나 인근 주택가 등에 무단 투기하고 가는 경우도 잦고, 밤새 각종 소음도 끊이지 않아 불편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화순 화순천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박 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윤준명 기자
그동안 공영주차장을 점유해 야영을 하는 경우 뚜렷한 단속규정이 없어 계도 조치 정도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부터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돼 공영주차장 내에서 야영과 취사를 하거나 불을 피우는 행위를 하는 경우 과태료(1차 30만원, 2차 40만원, 3차 50만원)가 부과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을 악용해 무단 ‘알박기’ 행태를 벌여왔던 캠핑차량 등도 다른 장소로 견인할 수 있는 법령도 마련됐다.

주차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30일 넘게 방치된 차량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이동 명령을 내리거나, 견인할 수 있다.

지자체는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를 통해 불법 차박행위 근절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남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주차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공영주차장 내 불법 야영 행위에 대한 단속 근거가 마련됐다”며 “민원이 지속 접수되는 곳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단속을 펼쳐 불법 야영 행위 근절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무단 ‘알박기’ 캠핑카 등 장기간 방치된 차량에 대해서는 당장 강제 견인 조치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초단체 관계자는 “관할 공영주차장 대부분에 차단기 등이 부재해 장기 주차를 입증하기 어렵고, 견인·보관비용에 대한 합의와 장비·인력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견인 수칙 마련 등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설명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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