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로 하나되는 모습, 눈물나게 감동 받았어요”
●제1회 장애인e스포츠 부모회 대회
카트라이더·볼링 15명 '출격'
선수 부모가 감독·코치 역할
“두려움해소 동기부여 되길”
입력 : 2023. 12. 25(월) 17:50
지난 20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e스포츠 부모회 대회’에 한 선수가 경기를 진행되고 있다. 정성현 기자
“대회 나가니까 너무 좋아요! 꼭 우승할 거예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박준우(8)군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간 나이 제한 등으로 e스포츠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박군은 최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e스포츠 부모회 대회’가 인생 첫 대회다.

이번 대회는 지난 4월 출범한 장애인e스포츠단 ‘무등’ 등 광주 장애인e스포츠 선수 부모들이 삼삼오오 자금을 모아 개최했다. 공식 행사가 없는 비시즌을 맞아 △선수단 동기부여 △대회 체험·두려움 완화 △1군·2군 편성 △장애인e스포츠 지역저변 확대 등을 목표로 했다. 호남대e스포츠교육원, 동신대 생활체육학과, 대한·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이 후원했다.

대회 종목인 닌텐도 스위치 볼링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는 광주·전남 지역 장애인e스포츠 선수 15명이 참여했다. 선수들은 수개월간 교육기관·집 등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지역 e스포츠 선수들은 지난 6월부터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매주 2회 리그오브레전드·닌텐도·카트라이더·피파온라인 종목의 e스포츠 교육을 받고 있다.

카트라이더·볼링 종목에 나선 백찬주 선수는 “대회를 위해 전날까지 연습 시간 꽉 채워 준비했다”며 “멀리(타 지역) 가지 않고 광주에서 대회를 해 좋다. 평소 대회에 못 나오던 사람들도 많이 왔다. 반갑긴 하지만 다 꺾고 1등을 차지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0월부터 아들과 e스포츠 훈련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정모(43)씨는 “서구 체육회 관계자를 통해 e스포츠라는 걸 알게 됐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 ‘진작 올 걸’하고 후회했다”며 “이번 대회가 아들이 겪는 인생 첫 ‘경쟁’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심리·정서적으로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e스포츠 부모회 대회’에 한 선수가 경기를 진행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지난 20일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e스포츠 부모회 대회’에서 수상자들이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회 심판·코치는 관련 자격증이 있는 부모들이 맡았다. 이들은 보호자로 따라다녀야 하는 특성상 자녀들의 배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했고 결국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을 통해 최근 ‘e스포츠 감독·심판 자격증’을 땄다. 부모회는 이 대회를 발판으로 차후 ‘광주·전남 장애인 e스포츠 아카데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혜영 부모회 대표는 “타 지역의 경우 학교·지자체 등에서 자체 장애인 e스포츠 행사를 많이 연다. 광주는 이런 인프라가 없어 부모들이 나서게 됐다”며 “모든 규칙과 환경을 실제 메이저 대회와 같게 준비했다. 그간 나이·실력 등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로 대회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 총괄·자문을 맡았던 최경환 동신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대한장애인e스포츠협회 이사)는 “부모들이 나서서 행사·대회를 개최하는 경우는 몹시 이례적인 일”이라며 “e스포츠는 장애인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광주가 이 사례를 활용해 ‘지역 장애인e스포츠 저변 확대’를 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 우승은 △닌텐도 스위치 볼링 서하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백찬주 선수가 차지했다. 메달·상품 수여는 최경환 교수가 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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