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인간의 내면'에 대한 가장 강렬한 표현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독일 그림 형제의 ‘독일 신화’서 영감
무지크드라마 양식… 장대한 스케일
‘니벨룽겐의 반지’ 최고 작곡가 반열
영화 ‘지옥의 묵시록’ 배경음악 사용
독일 그림 형제의 ‘독일 신화’서 영감
무지크드라마 양식… 장대한 스케일
‘니벨룽겐의 반지’ 최고 작곡가 반열
영화 ‘지옥의 묵시록’ 배경음악 사용
입력 : 2023. 06. 01(목) 10:39

최철
![]() |
오페라 발퀴레에 사용되는 무대 세트.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국내에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유학 생활을 했던 이탈리아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특히 후기 바그너 작품의 대표적인 양식이라 할 수 있는 무지크드라마(Musikdrama)의 특징을 살펴보면 아리아가 사라지고 극이 강조돼 기존의 이탈리아나 프랑스 오페라에 젖어있는 청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긴 공연 시간과 음악, 무대 연출 역시 장대한 스케일을 추구하는 공연이다 보니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바그너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 |
지그린데와 지그몬드의 2중창.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거장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군들이 헬기를 타고 적진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장대한 음악, ‘발퀴레의 기행’은 전장의 지배자로 등장하는 미군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 매체의 드라마, 영화와 광고 음악으로 자주 쓰인다.
![]()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화 포스터 |
그가 구상한 이야기는 독일 북부에 살았다는 키가 작은 소수민족 ‘니벨룽’ 민족이 소유한 절대 반지에 관한 이야기다. 무한한 힘을 지닌 절대 반지를 소유하기 위해 신과 거인, 난쟁이와 인간, 용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1848년에 장대한 뜻을 품고 시작한 이 스토리는 약 30년 뒤인 1874년에 ‘니벨룽겐의 반지’라는 이름으로 완성이 된다. 이 이야기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네 작품으로 구성되며, 총 15시간이 넘는 연주 시간이 필요하다. 이 작품은 각각 하루씩, 4일에 걸쳐 바그너가 직접 설계한 대로 건축된 바이에른의 소도시 바이로이트의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초연됐고, 초연 이후로, 지금까지 여름마다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연주되고 있다.
![]() |
지난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같은 존재로 북유럽은 ‘오딘’, 게르만 민족은 ‘보탄’이라고 부르며 오딘과 보탄의 행적은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보탄은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전쟁에서 쓰러진 훌륭한 용사를 신들의 나라로 데려오기 위해 아홉 명의 ‘발퀴레’라는 여전사들을 파견한다. 보탄이 대지의 여신과 사이에 낳은, 발퀴레 중 보탄은 자신을 닮은 똑똑하고 자존심 강한 브륀힐데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바람둥이 보탄은 인간 여성에게서 얻은 쌍둥이 남매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발퀴레를 보내려 하지만, 본처인 ‘프리카’ 반대로 수포가 된다. 하지만 보탄의 마음을 읽은 브륀힐데는 명을 어기고 그들을 구하러 나선다. 대의명분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신들의 왕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벌을 내려야만 하는 애석한 상황에 부닥치고, 자존심을 지키게 해달라는 딸의 청을 존중해 불의 원형장벽 안에 가둔다. 이 장벽은 무적의 용사가 나타나 불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 깨울 때까지 그 안에서 잠자게 만든 것이다. 이는 브륀힐데를 벌하는 동시에 보호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보탄은 스스로가 만든 대의명분 때문에 신들의 왕으로서 올바른 치정을 하겠다는 젊은 날의 꿈을 버리고 부와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현실과 타협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불의한 모습으로 보탄은 결국 점점 힘을 잃어간다는 스토리 전개로 ‘지그프리트’와 연계된다.
![]() |
영화 ‘지옥의 묵시록’ 중 배경음악으로 ‘발퀴레의 기행’이 사용되는 장면. |
독일의 극음악처럼 광주의 오페라가 세상을 호령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융합예술로 시대정신을 올곧이 담는 지상 최대의 쇼 오페라를 통해 광주의 문화가 세계 속에 날아오르길 바란다. 2023년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다. 다음 절반의 비상을 꿈꾸며 ‘발퀴레의 비상’처럼 힘찬 발걸음을 독자들과 함께 내디디고 싶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