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라의 현대미술 산책 13) 기술과 동시대 미술
증강현실·바이오 등 기술 품은 예술 ||디지털 기술 발달로 미디어아트·비디오아트 등 다양해져 ||견제와 공존의 과정…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 행보 주목
입력 : 2020. 10. 18(일) 15:05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 설치 장면, 2016,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발화된 20세기 초는 진보와 개발의 화려함을 누리고 있었다. 도시화가 심화되었고 과학과 기술, 통신, 산업 등 전 분야가 급속히 발달한 고속화의 시기였다. 입체주의와 미래주의는 당대 철학자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이 주창한 격변의 시대를 대변하는 시간 개념을 추종하면서 '가속의 미학'을 화폭에 반영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들의 파편화되고 분절된 이미지에서는 에너지와 역동감이 발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구성주의 또한 근대 공업에서 파생된 신 재료를 사용하면서 역학적·기하학적 표현으로 기술을 찬양했다. 이탈리아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가 '미래주의 선언'에서 기계 문명을 예찬하고 속도감을 새로운 미(美)로 표현하려 했듯 인류의 장밋빛 미래를 기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20세기 초 예술가들이 찬미했던 기술은 예술매체 영역에서도 변화의 기폭제였다. 1830년대 사진, 1895년 영화 발명 이후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어 왔으며 20세기 중후반에는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기술 아래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 비디오설치 등 장르가 대두되었다. 미술비평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E. Krauss)가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 전통적 매체의 종언을 선언했듯 비디오설치부터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 등 이질적이고 상이한 형태들로 미술실천의 방식들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처럼 현대미술은 기술과 매체의 발달을 적극적으로 흡입하고 있으며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는 이러한 경향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인터넷 등 2000년대 이후 환경과 맞물려 미술계 화두로 예술과 기술의 공존과 충돌이 다각화되는 양상이다.

일찍이 미디어아티스트 선구자 제프리 쇼(Jeffrey Shaw)는 '금송아지' 작품에서 증강현실을 다루는 등 기술 기반의 미래적 담론을 논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포스트인터넷아트 선두주자이자 2017년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파워 100인에서 1위에 오른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또한 포스트인터넷 시대 디지털 이미지 생산과 전유 방식에 대해 탐구해오고 있다. 그의 2016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태양의 공장'은 컴퓨터 게임과 가상현실 시스템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 정보 흐름과 이미지 왜곡을 다루고 있다. 2018광주비엔날레에서는 포스트인터넷 시대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섹션이 선보였다. 크리스틴 Y. 김(Christine Y. Kim)과 리타 곤잘레스(Rita Gonzalez)가 기획한 '종말들 :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정치'는 가상 화폐, 대안적 디지털 플랫폼, 정보 격차 등에 대해 환기시킨다.

"가상은 실재만큼 견고하고, 실재는 가상만큼 유령스럽다"는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의 말마따나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동시대 상황이 각종 미디어와 디지털 아트 등으로 구현되고 있으며, 이러한 예술은 기술을 물적 토대로 하되 작품이 내포한 메시지는 기술로 펼쳐질 유토피아만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동시대 미술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융합 세례를 받아 바이오아트로도 확장 중이다. 물리학과 디지털, 생물학의 경계를 허무는 4차 산업혁명 기치를 호주 출신 스텔락(Stelarc)은 자신의 신체를 매체 삼아 실행하고 있다. 스텔락은 의학, 로봇, 가상현실 시스템, 인터넷 등을 이용하면서 미술과 로보틱스 및 생명공학의 결합을 실험해왔으며 최근에는 조직 배양된 귀를 자신의 왼팔에 이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외에 올리버 라릭(Oliver Laric)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3D프린팅을 활용한 조각 작품을 제작했다.

사진의 등장으로 인상주의가 태동하면서 현대미술이 개화한 것처럼 예술과 기술은 팽팽한 줄다리기와도 같은 긴장과 필수불가결한 유대 관계를 백년 이상 유지해왔다. 미국의 철학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가 과학 문명이 발전한 지난 세기 동안 예술가들이 기계에 저항하면서 인간 고유의 창조성을 지켜왔다 했듯이 예술과 기술은 때론 견제하며 때론 공생하면서 공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앞으로 사회 구조 전반에 거쳐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이 기술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며 어떻게 추동해나갈 것인지, 그 노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의 한 섹션인 '종말들 :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정치' 전시 전경, 2018,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스텔락, '팔 위의 귀', 2006. 스텔락 홈페이지 제공

올리버 라릭, 'Panoramafreiheit', 2017, 올리버 라릭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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