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 “세금 내는데, 왜 소비쿠폰 못 받나요” 인권위 진정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는 소비쿠폰 받아
입력 : 2025. 07. 23(수) 19:58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시작일인 21일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3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소비쿠폰 수령하고 있다. 신청 기간은 9월 12일 오후 6시까지로 약 8주간 운영된다. 신청은 요일제에 따라 출생 연도 끝자리 1·6은 월요일, 2·7은 화요일, 3·8은 수요일, 4·9는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신청할 수 있다. 주말에는 온라인 신청만 가능하다. 김양배 기자
“건강보험료도 세금도 꼬박꼬박 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빠졌습니다.”
고려인 동포 안모씨는 지난 5년간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서 거주하며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왔다. 주민센터 공익일자리와 거리 청소 등 봉사도 도맡았다. 하지만 내국인이 아닌 탓에 2021년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2025년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받을 수 없었다.<본보 10일자 1면 “우린 한국인 아닌가요” 소비쿠폰 제외된 고려인 눈물> 국적은 없지만 동네와 일터는 분명 ‘한국 사회’다. 안씨는 “병원도 못 가고 일만 하는데, 언제까지 ‘외국인’이라며 못 받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이주노동자,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 인도적 체류자 등 170만여 명이 이번 소비쿠폰 정책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1인당 15만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30만원·기초생활수급자 40만원)씩 지급하면서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외국인 가운데 예외적으로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F-5 비자) △결혼 이민자(F-6 비자) △난민 인정자(F-2-4 비자) 등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 대부분 이주민은 또다시 소비쿠폰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전국 140여개 이주인권단체와 고려인을 포함한 41명의 이주민이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소비쿠폰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 중구 인권위 앞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이주민은 지역을 지키는 구성원이며, 세금과 보험료도 꼬박꼬박 낸다. 이번에도 배제된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소비쿠폰은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인데, 민생을 책임지는 이주민이 제외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도 “이주노동자도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로만 사는 게 아니라, 매일 지역사회 가게를 찾고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라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지역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지역도 한둘이 아닌데,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지사 시절이던 2021년, 등록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에게 2차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이주단체는 “그때는 가능했던 정책이 왜 지금은 불가능한가”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크다. 광산구에는 약 4000명의 고려인이 F-4 비자(재외동포)로 정착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요양·돌봄, 제조업, 청소노동 등 지역 기반 산업에 종사, 광산구의 인구 구성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 지원에서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지원에서 빠진다”며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하지만 정작 후손인 고려인에게는 문턱만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된 배제의 원인을 재외동포법과 현행 복지 행정체계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찾는다.
김은채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부대표는 “지금의 정책은 국민과 비국민을 나눠 이분법적으로 접근한다. 같은 공간에서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이들인데도, 주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된다”며 “국적보다 거주 기간, 노동 참여, 세금 납부 같은 실질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고려인 동포 안모씨는 지난 5년간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서 거주하며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왔다. 주민센터 공익일자리와 거리 청소 등 봉사도 도맡았다. 하지만 내국인이 아닌 탓에 2021년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2025년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받을 수 없었다.<본보 10일자 1면 “우린 한국인 아닌가요” 소비쿠폰 제외된 고려인 눈물> 국적은 없지만 동네와 일터는 분명 ‘한국 사회’다. 안씨는 “병원도 못 가고 일만 하는데, 언제까지 ‘외국인’이라며 못 받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이주노동자,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 인도적 체류자 등 170만여 명이 이번 소비쿠폰 정책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1인당 15만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30만원·기초생활수급자 40만원)씩 지급하면서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외국인 가운데 예외적으로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F-5 비자) △결혼 이민자(F-6 비자) △난민 인정자(F-2-4 비자) 등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 대부분 이주민은 또다시 소비쿠폰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전국 140여개 이주인권단체와 고려인을 포함한 41명의 이주민이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소비쿠폰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 중구 인권위 앞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이주민은 지역을 지키는 구성원이며, 세금과 보험료도 꼬박꼬박 낸다. 이번에도 배제된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소비쿠폰은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인데, 민생을 책임지는 이주민이 제외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도 “이주노동자도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로만 사는 게 아니라, 매일 지역사회 가게를 찾고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라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지역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지역도 한둘이 아닌데,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지사 시절이던 2021년, 등록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에게 2차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이주단체는 “그때는 가능했던 정책이 왜 지금은 불가능한가”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크다. 광산구에는 약 4000명의 고려인이 F-4 비자(재외동포)로 정착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요양·돌봄, 제조업, 청소노동 등 지역 기반 산업에 종사, 광산구의 인구 구성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 지원에서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지원에서 빠진다”며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하지만 정작 후손인 고려인에게는 문턱만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된 배제의 원인을 재외동포법과 현행 복지 행정체계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찾는다.
김은채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부대표는 “지금의 정책은 국민과 비국민을 나눠 이분법적으로 접근한다. 같은 공간에서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이들인데도, 주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된다”며 “국적보다 거주 기간, 노동 참여, 세금 납부 같은 실질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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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여개 전국 이주인권단체가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공동주최한 ‘국가인권위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