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반대 투쟁과 고뇌 담긴 김대중 '망명일기' 공개
[신간]김대중 망명일기
김대중│한길사│2만8000원
입력 : 2025. 07. 23(수) 13:00
김대중 망명일기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석패한 김대중 신민당 후보는 이후 일본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며 정치인들과의 접촉을 이어갔다. 1972년 8월26일 일기에는 “1975년에는 선거가 없을 것”이라며 박정희의 영구집권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10월17일 박정희 정권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며 유신체제를 강행했다.

김대중은 이를 “청천벽력의 폭거”라 비판하며, 망명을 결심했다. 이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반유신 활동을 펼쳤다. 그는 미국 주요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알렸고,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등 정치인과의 협력으로 국제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썼다.

최근 출간된 ‘김대중 망명일기’는 1972년 8월부터 1973년 5월까지의 자필 일기 223편을 엮은 책으로, 고 이희호 여사 별세 이후 김홍걸 이사장이 김 전 대통령 자택에서 발견한 수첩을 토대로 제작됐다.

일기에는 격동의 시기, 해외에서 펼쳐진 김대중의 활발한 외교활동뿐 아니라 망명 정치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떠난 가장으로서의 불안과 고통, 유신체제의 탄압에 흔들리는 동지들에 대한 실망, 외면하는 인사들에 대한 분노 등 개인적인 심경도 솔직하게 드러난다.

“본국에서 고생하는 가족과 옥중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 괴롭다.”(1973년 1월19일)라는 일기에서는 망명자의 외로움과 책임감이 절절히 느껴진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이상적인 지도자의 자세와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도 일기 속에 기록했다. “인생의 가치는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바르게 최선을 다했느냐에 있다”며 양심과 헌신의 정치를 실천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국민과 인류를 위해 헌신한 삶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가치”라고 적으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분명히 했다.
박찬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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