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복되는 침수 피해, 구조적 처방 절실해
복구 넘어 설계·재조정 필요
입력 : 2025. 07. 21(월) 17:02
광주와 전남이 또다시 폭우에 무너졌다. 사흘간 최대 600㎜에 달하는 폭우는 도시를 마비시키고, 마을을 잠기게 했으며, 농가의 삶터를 쓸어버렸다. 광주에서는 1300건이 넘는 침수·파손 신고가 접수됐고, 전남은 농작물 침수 7500㏊, 가축 폐사 23만 마리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기록적 폭우는 재난의 이름으로 다시 이 땅을 뒤덮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전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직접 피해 현장을 찾고,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건의를 청취했다. 주민들의 고통과 지방정부의 한계는 분명했고,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반드시 필요했다. 이제는 ‘신속한 선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복구’와 ‘구조적 재해 방지’로 논의가 옮겨가야 한다.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이 “벌써 네 번째 침수”라며 “지쳤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는 단순한 피해 진술이 아니다. 현장의 분노는 곧 제도와 인프라의 실패를 향하고 있다. 신안교 인근의 하천 구조물과 저지대, 철도 하부는 수해의 반복된 진원지다. 복구를 넘어 설계와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 역시 재난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않다. 침수된 벼 논과 죽어간 가축들, 유실된 하천 제방은 ‘기후위기 시대’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영록 지사가 말한 것처럼 “이제는 반복될 수 있는 전형적인 재난”이자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단발성 응급복구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이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의 재난을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배운 것을 정책으로 연결하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는 침수 피해는 행정의 무능과 정치의 무관심을 드러낸다.

재난 대응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예방 중심의 투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이 또다시 고통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 고통을 일상으로 되돌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 폭우’를 준비하는 의지와 실천이다. 국가와 지방정부, 국회 모두가 재난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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