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김강>겨울 바다 만세, 2025 거제도 국제펭귄수영대회
김강 호남대 교수
입력 : 2025. 02. 04(화) 17:25
거제시 옥포에 있는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이 추운 겨울에 해수욕이 웬 말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작년 12월 8일 해운대에서 열린 제37회 북극곰 축제에 참가했을 때에도 주위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엄동설한에 무슨 바다 수영축제,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도전이다.
필자처럼 매일 2㎞ 실내 장거리 수영과 여름 한 철 바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 한파의 계절이 동면동물의 겨울잠처럼 지루하기 그지없다. 어디에선가 열린 바다에 뛰어들어 ‘외로운 자유’를 다시 만끽하고픈 욕망에 몸이 불타오르고 안달이다.
이 같은 동면의 극한 몸부림을 해소할 수 있는 겨울 바다 수영축제가 우리 주변에, 정말이지 다행히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무려 3곳이 있다. 부산 해운대 북극곰 축제, 제주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 그리고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이다. 지금까지 일정상으로는 북극곰 축제가 가장 빠르고, 다음으로 1월 1일 서귀포 수영대회, 그리고 1월 초순에 거제도 수영축제가 개최됐다.
거제도 국제펭귄 수영축제는 지난 1월 11일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에서 개최됐다. 이번이 벌써 15회째다. 2004년 시작해서 코로나를 견뎌낸 후 지금까지 이어졌다. 행사 주최는 옥포2동 바다 마을이다. 한 동네가 일심동체 합심하여 이렇게 오랫동안 국제 행사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한겨울 차가운 바다에서 열정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국제도시 거제의 대표적 겨울 바다 축제로 이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터이다.
이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국제펭귄수영대회’는 참가자들이 80미터 바다를 왕복하며 겨울 바다 수영의 짜릿함을 경험하는 행사다. 완영에 성공한 입수자에게는 멋진 기념 메달을 수여한다. 매년 외국인 참가자도 늘어나서 북극곰과 서귀포처럼 이미 국제적인 축제로 유명하다. 올해도 수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입수하여 바다 수영을 통해서 글로벌 친교를 나누는 ‘인터내셔널’ 행사로 빛났다.
바다 수영만큼이나 ‘익싸이팅’한 이벤트는 ‘황금물고기를 잡아라’ 코너다. 간이풀장 수조에 들어가서 꼬리에 황금색이 표시된 물고기를 목장갑을 낀 손으로 잡는 박진감 넘치는 프로그램이다. 황금을 노리는 인간 사냥꾼들의 거대한 다리 사이로 생존을 위해 쏜살같이 내달리는 물고기들의 날쌘 기세에 생명의 활기가 넘친다. 차가운 바닷물에 내 발가락은 시리고 얼지언정, 두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활어의 힘찬 요동에 포획의 환희와 만족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생명력을 전달받는 이보다 더 격한 떨림의 순간이 그 어디에 있을까.
참가자가 잡은 물고기는 한 마리씩 막썰기 회로 점심거리로 주어진다. 내 손으로 바로 잡아 한 접시 가득 채운 생선회,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 얼마나 맛있는지. 손맛의 스릴과 활어의 꿀맛에 수십 번이라도 더하고 싶은 액션 만점의 행사다.
여기에 먹거리와 나눔도 풍성하다. 거제도의 겨울을 대표하는 굴 떡국, 파전, 어묵탕, 전통차, 인절미 등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다. 신명나는 농악놀이 프린지 공연에 거제 출신 가수의 고향사랑 공연도 펼쳐진다. 새해 소원 소지 쓰기, 전통 떡메치기 등 체험행사와 함께 어린이 보물찾기, 펭귄 코스튬 달리기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부대 행사도 알차다.
이번 축제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행사장 가까이 마련된 탈의실과 샤워장, 그리고 다름 아닌 ‘뜨거운 온수’였다. 바다 수영 입수자의 고민거리는 바닷물 출수 후 소금기와 오물 등을 씻을 수 있는 샤워 문제다. 여름에는 모든 해수욕장에서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폐장한 해수욕장에 열린 샤워장은 본 적이 없다. 찬물이라도 나오는 샤워장마저도 전무하다. 그런데, 거제도 축제는 편리한 샤워장에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바다 수영인으로서 이보다 귀한 배려를 그 어디서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참가자에 대한 우대와 존중이 이처럼 지극할 수가 있을까.
옥포2동 주민자치회 김성철 회장님과의 조우는 더 인상적이다. 행사 전날 도착한 필자는 현장 답사에 나섰다. 겨울 바다 수영은 수온과 날씨 등 위험한 환경이기에 입출수 지점을 사전에 점검하는 면밀한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직도 분주했다. 첫 참가인데다가 먼 길을 왔기에 인사를 나누었다. 수고에 대한 감사를 전하니 축제의 유래를 알려주셨다. 행사 당일, 주민회장님과 다시 수차례 마주쳤다. 마치 내가 가는 길목마다 지키고 계신 듯한 우연이었다. 축제의 모든 현장을 순회 점검하며 관계자와 참가자를 격려하고, 고충을 곧바로 처리하는 회장님의 꼼꼼하고 부지런한 행보는 큰 감동이었다. 게다가 행사에 임하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 어린 태도와 친절은 거제축제의 성공이 가능한 배경일 것이다.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는 한겨울 차가운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참가자들에게 도전 정신과 성취감이라는 건전한 라이프 스타일을 장려하고, 지역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며, 거제도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 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2025년 축제에 헌신하신 옥포2동을 비롯한 거제의 모든 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거제 펭귄수영축제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 광주 바다 수영 동호회 ‘드렁큰 펭귄스’가 응원한다. ‘2026년 1월, 거제도 덕포 See You Again’
필자처럼 매일 2㎞ 실내 장거리 수영과 여름 한 철 바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 한파의 계절이 동면동물의 겨울잠처럼 지루하기 그지없다. 어디에선가 열린 바다에 뛰어들어 ‘외로운 자유’를 다시 만끽하고픈 욕망에 몸이 불타오르고 안달이다.
이 같은 동면의 극한 몸부림을 해소할 수 있는 겨울 바다 수영축제가 우리 주변에, 정말이지 다행히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무려 3곳이 있다. 부산 해운대 북극곰 축제, 제주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 그리고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이다. 지금까지 일정상으로는 북극곰 축제가 가장 빠르고, 다음으로 1월 1일 서귀포 수영대회, 그리고 1월 초순에 거제도 수영축제가 개최됐다.
거제도 국제펭귄 수영축제는 지난 1월 11일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에서 개최됐다. 이번이 벌써 15회째다. 2004년 시작해서 코로나를 견뎌낸 후 지금까지 이어졌다. 행사 주최는 옥포2동 바다 마을이다. 한 동네가 일심동체 합심하여 이렇게 오랫동안 국제 행사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한겨울 차가운 바다에서 열정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국제도시 거제의 대표적 겨울 바다 축제로 이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터이다.
이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국제펭귄수영대회’는 참가자들이 80미터 바다를 왕복하며 겨울 바다 수영의 짜릿함을 경험하는 행사다. 완영에 성공한 입수자에게는 멋진 기념 메달을 수여한다. 매년 외국인 참가자도 늘어나서 북극곰과 서귀포처럼 이미 국제적인 축제로 유명하다. 올해도 수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입수하여 바다 수영을 통해서 글로벌 친교를 나누는 ‘인터내셔널’ 행사로 빛났다.
바다 수영만큼이나 ‘익싸이팅’한 이벤트는 ‘황금물고기를 잡아라’ 코너다. 간이풀장 수조에 들어가서 꼬리에 황금색이 표시된 물고기를 목장갑을 낀 손으로 잡는 박진감 넘치는 프로그램이다. 황금을 노리는 인간 사냥꾼들의 거대한 다리 사이로 생존을 위해 쏜살같이 내달리는 물고기들의 날쌘 기세에 생명의 활기가 넘친다. 차가운 바닷물에 내 발가락은 시리고 얼지언정, 두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활어의 힘찬 요동에 포획의 환희와 만족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생명력을 전달받는 이보다 더 격한 떨림의 순간이 그 어디에 있을까.
참가자가 잡은 물고기는 한 마리씩 막썰기 회로 점심거리로 주어진다. 내 손으로 바로 잡아 한 접시 가득 채운 생선회,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 얼마나 맛있는지. 손맛의 스릴과 활어의 꿀맛에 수십 번이라도 더하고 싶은 액션 만점의 행사다.
여기에 먹거리와 나눔도 풍성하다. 거제도의 겨울을 대표하는 굴 떡국, 파전, 어묵탕, 전통차, 인절미 등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다. 신명나는 농악놀이 프린지 공연에 거제 출신 가수의 고향사랑 공연도 펼쳐진다. 새해 소원 소지 쓰기, 전통 떡메치기 등 체험행사와 함께 어린이 보물찾기, 펭귄 코스튬 달리기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부대 행사도 알차다.
이번 축제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행사장 가까이 마련된 탈의실과 샤워장, 그리고 다름 아닌 ‘뜨거운 온수’였다. 바다 수영 입수자의 고민거리는 바닷물 출수 후 소금기와 오물 등을 씻을 수 있는 샤워 문제다. 여름에는 모든 해수욕장에서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폐장한 해수욕장에 열린 샤워장은 본 적이 없다. 찬물이라도 나오는 샤워장마저도 전무하다. 그런데, 거제도 축제는 편리한 샤워장에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바다 수영인으로서 이보다 귀한 배려를 그 어디서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참가자에 대한 우대와 존중이 이처럼 지극할 수가 있을까.
옥포2동 주민자치회 김성철 회장님과의 조우는 더 인상적이다. 행사 전날 도착한 필자는 현장 답사에 나섰다. 겨울 바다 수영은 수온과 날씨 등 위험한 환경이기에 입출수 지점을 사전에 점검하는 면밀한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직도 분주했다. 첫 참가인데다가 먼 길을 왔기에 인사를 나누었다. 수고에 대한 감사를 전하니 축제의 유래를 알려주셨다. 행사 당일, 주민회장님과 다시 수차례 마주쳤다. 마치 내가 가는 길목마다 지키고 계신 듯한 우연이었다. 축제의 모든 현장을 순회 점검하며 관계자와 참가자를 격려하고, 고충을 곧바로 처리하는 회장님의 꼼꼼하고 부지런한 행보는 큰 감동이었다. 게다가 행사에 임하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 어린 태도와 친절은 거제축제의 성공이 가능한 배경일 것이다.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는 한겨울 차가운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참가자들에게 도전 정신과 성취감이라는 건전한 라이프 스타일을 장려하고, 지역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며, 거제도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 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2025년 축제에 헌신하신 옥포2동을 비롯한 거제의 모든 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거제 펭귄수영축제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 광주 바다 수영 동호회 ‘드렁큰 펭귄스’가 응원한다. ‘2026년 1월, 거제도 덕포 See Yo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