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떼창에 아이돌 응원봉…변화하는 집회 패러다임
●국회 앞 탄핵 집회 이모저모
촛불 대신 개성 살린 도구 활용
개사한 아이돌 노래로 하나돼
식당·카페 선결제로 참가자 응원
입력 : 2024. 12. 08(일) 18:59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 모인 시민들이 7일 오후 K-POP 음악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성난 민심의 촛불이 ‘응원봉’으로 바뀌고 ‘K-POP’ 떼창을 부르는 등 집회 문화가 변화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개성 넘치는 깃발들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십만명의 인파들은 출신도 세대도 달랐지만 한 목소리로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임 행진곡’ 대신 로제의 ‘APT’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지난 7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아이돌밴드 데이식스의 ‘웰컴투더쇼’,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 K-POP 음악을 개사한 노래들이 울려 퍼졌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로제의 ‘APT’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투표해 투표해’로 개사하며 함께 불렀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남진의 ‘둥지’ 등 중·장년층을 위한 노래도 흘러나왔고 시민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세대차를 떠나 한 목소리로 떼창을 하며 춤을 췄다.

촛불 모양의 LED 응원봉을 높게 든 정호진(52)씨는 “모르는 노래도 있지만 금새 제가 아는 노래들이 나와 함께 부를 수 있었다”며 “노래로 시민들이 하나된 모습이 인상깊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시민들이 챙겨 온 응원봉이 어둠속에서도 빛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연일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린 가운데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응원봉’이 새로운 시대의 촛불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에 동참하라”고 외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불빛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들고 온 것은 K-POP 콘서트에 쓰이는 ‘응원봉’이었다. 인기그룹 ‘NCT’의 직육면체 응원봉, 다이아몬드 모양의 ‘샤이니’ 응원봉,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선검을 들고온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강아지 발 냄새 연구회’, ‘혼자 온 사람들’ 등 참신하고 유머러스한 깃발들을 들고 있기도 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단두대 모형이나 바게트 모양의 LED 등 프랑스 혁명을 떠오르게 하는 소품을 가져오기도 했다.

응원봉에 ‘탄핵’이라고 글씨를 써서 붙인 박수진(22)씨는 “5년간 응원하던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왔다”며 “집회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데 진짜 촛불을 들고가면 바람에 꺼질 것 같아 밤에도 빛나는 응원봉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SNS를 통해 영등포구 인근의 카페에 선결제를 했다는 인증글이 이어지고 있다. X 캡처
●“집회 오셨죠? 그냥 드세요”

사정상 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국회 인근 카페와 식당 등에 선결제를 하며 참가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이 꼭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주먹밥을 보는 듯 했다.

지난 6일부터 엑스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 빵집, 식당 등 선결제를 해뒀다는 시민들의 인증글이 이어졌다.

김치찌개, 국밥, 커피, 샌드위치 등 다양한 메뉴를 매장에 선결제 해둔 덕에 집회 참가자들은 언제든 가서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국회 인근의 한 식당은 김치찌개 정식을 선결제한 시민들이 이어져 최소 200인분이 미리 팔리기도 했고, 일부 매장은 메뉴 소진으로 더 선결제를 받을 수 없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국회 인근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커피 100잔을 선결제한 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다”며 “카페를 비울 수 없어 집회에 참여할 순 없으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눔에 동참하고자 선결제된 커피가 소진됐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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