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상' 마세라티 뺑소니범, 징역 10년 구형…"사죄한다"
'건강상 이유' 불출석했다가 법정에 강제 구인
검사 "피해자 사상케 하고 최소한 노력 안 해"
대포폰 준 조력자, 실형 구형…유족 엄벌 탄원
입력 : 2024. 11. 22(금) 11:18
광주 도심에서 수입차를 몰다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뒤 달아난 김모(32)씨가 지난달 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정상아 기자
새벽 광주 도심에서 고가 수입차 '마세라티'를 몰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을 사상케 하고도 달아난 30대 운전자에 대해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이광헌 부장판사는 22일 404호 법정에서 각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상 등),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2)씨와 오모(33)씨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사는 김씨가 "음주 과속 사고를 내 20대의 어린 피해자를 숨지게 하고도 도주하고 상당 기간 도피 행각을 하는 등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지인들에게 자신의 도피를 교사하기까지 해 죄질이 나쁘다. 유족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해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김씨의 도피 행각을 도운 지인 오씨에 대해서도 "김씨가 사망 사고를 내고 도주한 사실을 알고도 대포폰을 구해 줘 도주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수사를 방해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장에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 9월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제한 속도 시속 50㎞)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3%(추산) 수치의 음주 상태로 수입차 '마세라티'를 시속 128㎞로 초과속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20대 연인을 사상케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사고 직후 자신의 도피를 지인들에게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오씨는 동창인 김씨의 도피 과정에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를 넘겨주고 이동 편의를 제공하면서 도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사고 직후 대전·인천을 거쳐 출국 시도를 했다가 다시 서울로 달아났다. 67시간여 만인 9월26일 서울 강남의 유흥가에서 김씨와 오씨는 검거됐다.

당초 경찰은 사고 당일 김씨가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틀여 만에 검거돼 사고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해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씨가 차량 운전에 앞서 3차례에 걸쳐 최소 소주 2병 이상을 마신 사실을 확인하고, 위드마크(Widmark) 공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해 사고 당시 운전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로 운전했다고 판단,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김씨는 앞선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차로 사람을 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신 상태였고 경찰 사이렌(경광등) 소리가 들려 무서워 도망갔다"며 음주운전을 시인한 바 있다.

김씨가 탔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 소재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고 책임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6일 열린 첫 재판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한 김씨는 법원의 구인영장 발부에 따라 이날 재판에는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번 사고로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은 피해자인 오토바이 운전자가 휠체어에 탄 채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장이 그에게 피해자 측 의견 진술 기회를 줬지만 아무런 말 없이 주먹을 꽉 쥔 채 눈물을 보였다.

유족들은 김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고 재판장은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검찰 구형에 앞서 이날 재판에서는 사고 당시 영상 2편이 법정에서 현출됐고 방청석에서는 한숨 등이 나오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채 피고인석에 앉은 김씨와 오씨는 고개를 떨군 채 사고 당시 영상을 바라보지 않았다.

김씨 측 법률 대리인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김씨는 최후 변론에서 "이번 사고와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통받고 힘겨워 하실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선고 재판은 오는 12월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광주경찰은 김씨와 김씨의 도피 행각을 도운 이들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대포차 운영업체 등에 대한 후속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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