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길 위에 폴리(Folly)가 있다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입력 : 2024. 10. 13(일) 18:40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
“저것이 뭔지 안가?”, “몰라! 암튼, 뽁잡한디 쩌런 것들이 여기저기 몇 개 보이긴 하데!” 40대쯤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필자 앞을 지나가면서 나누는 얘기다.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필자도 가끔은 길을 걷다가 조형물 작품과 마주칠 때가 있는데, 같은 심정이다. 시민들에게는 이 낯선 구조물의 등장이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조형물이 들어서고, 일정 장소에선 몇 해 계속 서 있지만, 그 조형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고 말해주는 이도 없다. 얼핏 보면 멋져 보이기도 하고 또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 같이 보이나 어떤 용도의 조형물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바로 폴리(Folly)를 일컫는다. 본디 풀리는 고전주의 시대 유럽 대저택에 설치된 장식물이나 구조물을 뜻했지만, 근대에서는 도시재생 차원의 기능적 역할과 예술적 가치를 더한 조형 예술(plastic arts) 작품을 의미한다.

스위스 출신의 ‘베르나르 츄미(B. Tschumi, 1944~)가 파리 19구역에 있는 라빌레트(La Villette) 공원에 30개가 넘는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폴리가 탄생했다. 라빌레트 공원은 일련의 폴리를 통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도시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아이디어와 새로움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관광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장소성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광주 폴리는 지난 2011년 비엔날레재단 이사회의 제안 등으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1차는 ‘광주의 역사성 회복’이라는 주제로 옛 광주 읍성 터를 따라 그리고 농장다리에도 추가해 총 11개의 폴리가 설치됐다.

2차 광주 폴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모티프로 하여 ‘인권과 공공 공간’을 주제로 2013년 8개가 설치됐다. 이는 민주·인권·평화라는 광주 정신을 공공예술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3차는 시민공청회를 거쳐 시민협의회와 광주 폴리 운영 평가단을 통해서 2017년에 완성됐다. 도시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한 광주를 드러내려는 방안으로 ‘도시의 일상성, 맛과 멋’이라는 주제로 11개가 설치됐다.

2020년 4차 광주 폴리는 광주의 정체성 구현과 광주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취했다. 현상공모를 통해서 선정된 ‘무등의 빛’은 무등산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가로 74m, 높이 8m의 크기의 구조물로 광주 톨게이트에 설치돼 있고, 미디어아트 광주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2024년, 5차 폴리는‘순환 폴리’라는 주제로 저탄소 친환경 소재들을 사용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방안 등을 고민했다.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들이 교집합을 이뤄낸 것이다. 이를 끝으로 광주 폴리는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166억원을 들여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광주 폴리는 35개의 작품을 남겼다.

광주 폴리에 대한 평가는 시민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에 따라 상반된 결과치를 나타낼 수 있다. 도시가 가진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그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주 폴리는 광주만의 공공문화예술 작품으로 조망된다는 관점에서 주변의 여러 경관과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긍정적인 도시 미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폴리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찾아야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눈앞에 있는 폴리는 스마트폰 QR코드로 그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하거나 다국어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 등이다.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금, 길 위에 서 있는 폴리라는 공공예술작품을 통해서 예술의 가치와 철학을 되새김하고, 문화도시 광주의 저력과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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