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28-3>“어렵게 병원 지킨 보건의료 노동자에 희생 강요”
●조선대병원 노조 총파업 현장
“전공의 떠난 공백 메꿨는데…”
임금인상 6.4%서 2.5%로 낮춰
“당연한 임금·권리 병원이 좌우”
병원, 경영난 원인… 합의점 모색
“전공의 떠난 공백 메꿨는데…”
임금인상 6.4%서 2.5%로 낮춰
“당연한 임금·권리 병원이 좌우”
병원, 경영난 원인… 합의점 모색
입력 : 2024. 09. 01(일) 18:13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학교병원 지부가 총파업 첫날인 지난달 29일 조선대학교병원 로비에 걸린 파업 현수막. 박찬 기자
“병원 측은 의사들의 이탈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병원을 지켜온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노조)의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달 29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로비에서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병원 측에 불만의 목소리를 털어냈다.
정새롬 보건의료노조 조선대병원 지부장은 “의정갈등 속 전공의가 떠나 생긴 공백을 병원 노동자들이 메꿔왔는데 보상은커녕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과 권리를 병원이 좌지우지하는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 지부장은 “전공의는 불법파업이지만, 우리는 쟁의권을 얻어 합법 파업에 돌입했다. 병원 운영에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파업을 마무리하고 협상을 타결하고 싶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병원 측이 입장 고수를 멈추고 노조 측이 요구하는 마지노선에 맞춘다면 파업도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파업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병원 측을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합원 김모(32)씨는 “그동안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고 무분별한 파견 등으로 의사 외의 직종들도 업무량이 늘어나 인력난으로 채용이 미뤄지는 등 피해가 빗발쳤다”며 “무급휴직을 통해 임금에 피해를 보면서 경영 악화를 막아왔는데 의료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경영 악화를 빌미로 희생하라고 내던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합원 이모(41)씨도 “경영 상태가 호전된 상황에서 임금 인상금을 또 뺏어가겠다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며 “1200여명의 조합원 중 3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지만 동참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병원에게 이같은 불만과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엔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인상률 요구안을 당초 6.4%에서 현재는 2.5%로 대폭 낮춰 올 3월부터 이달까지 인상분 소급 적용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이 수용안 거부 이유로 경영난을 내세우는 것에 지나친 맹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권종 민주노총 보건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공무원 기본급체계에 따르면 올해 3월1일부터 인상분을 적용하는 게 맞지만, 병원 측이 9월1일부터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는 건 6개월 치의 인상분을 뺏어가겠다는 것과 동시에 단체계약을 어기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조선대 병원의 경우 2년 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고 작년에는 20억원이 덜 되는 적자 피해를 봤는데 올해 들어선 7월까지 흑자였다”며 “하반기에 지출될 돈이 많다면서 노조 측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후반기에 나갈 돈이 300억여원인데 이중 전공의 임금이 들어있다고 한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항변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 측은 6개월 인상을 적용하면 17억여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는데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 지원할 돈은 있으면서 병원을 지켰던 간호사들에겐 그것도 못 주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조선대병원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파업으로 인한 필수의료 진료 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처음에 임금동결을 제시했지만, 이후 조정을 거치면서 임금 2.5% 인상을 제시했다”며 “인상 시기와 관련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파업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 유지 인력을 배치해 외래검사실·응급실·중환자실 수술 등 필수 의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의정 갈등으로 수술실은 40~50% 감소했고 입원환자 수도 20~30%가량 줄어 축소 운영 중이라 파업에 따른 진료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규모를 말하긴 어렵지만 병원은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더 커져 경영난이 우려된다”며 “병원 측에서도 어떻게든 교섭을 이어 나가 합의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대병원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전국 62개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파업에 돌입해 지난달 29일부터 조합원 1200여명 중 간호사 등 300여명이 동참했다. 이에 따라 전공의 이탈로 이미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 업무 가중으로 인해 파업 미참여 간호사들이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대병원 측은 파업 미참여 조합원들과 근무자 재배치 등을 통해 필수 진료 및 주요 수술 일정에 차질이 없게 운영할 방침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등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노조)의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달 29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로비에서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병원 측에 불만의 목소리를 털어냈다.
정새롬 보건의료노조 조선대병원 지부장은 “의정갈등 속 전공의가 떠나 생긴 공백을 병원 노동자들이 메꿔왔는데 보상은커녕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과 권리를 병원이 좌지우지하는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 지부장은 “전공의는 불법파업이지만, 우리는 쟁의권을 얻어 합법 파업에 돌입했다. 병원 운영에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파업을 마무리하고 협상을 타결하고 싶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병원 측이 입장 고수를 멈추고 노조 측이 요구하는 마지노선에 맞춘다면 파업도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파업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병원 측을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합원 김모(32)씨는 “그동안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고 무분별한 파견 등으로 의사 외의 직종들도 업무량이 늘어나 인력난으로 채용이 미뤄지는 등 피해가 빗발쳤다”며 “무급휴직을 통해 임금에 피해를 보면서 경영 악화를 막아왔는데 의료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경영 악화를 빌미로 희생하라고 내던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합원 이모(41)씨도 “경영 상태가 호전된 상황에서 임금 인상금을 또 뺏어가겠다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며 “1200여명의 조합원 중 3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지만 동참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병원에게 이같은 불만과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엔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인상률 요구안을 당초 6.4%에서 현재는 2.5%로 대폭 낮춰 올 3월부터 이달까지 인상분 소급 적용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이 수용안 거부 이유로 경영난을 내세우는 것에 지나친 맹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권종 민주노총 보건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공무원 기본급체계에 따르면 올해 3월1일부터 인상분을 적용하는 게 맞지만, 병원 측이 9월1일부터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는 건 6개월 치의 인상분을 뺏어가겠다는 것과 동시에 단체계약을 어기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조선대 병원의 경우 2년 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고 작년에는 20억원이 덜 되는 적자 피해를 봤는데 올해 들어선 7월까지 흑자였다”며 “하반기에 지출될 돈이 많다면서 노조 측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후반기에 나갈 돈이 300억여원인데 이중 전공의 임금이 들어있다고 한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항변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 측은 6개월 인상을 적용하면 17억여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는데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 지원할 돈은 있으면서 병원을 지켰던 간호사들에겐 그것도 못 주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조선대병원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파업으로 인한 필수의료 진료 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처음에 임금동결을 제시했지만, 이후 조정을 거치면서 임금 2.5% 인상을 제시했다”며 “인상 시기와 관련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파업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 유지 인력을 배치해 외래검사실·응급실·중환자실 수술 등 필수 의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의정 갈등으로 수술실은 40~50% 감소했고 입원환자 수도 20~30%가량 줄어 축소 운영 중이라 파업에 따른 진료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규모를 말하긴 어렵지만 병원은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더 커져 경영난이 우려된다”며 “병원 측에서도 어떻게든 교섭을 이어 나가 합의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대병원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전국 62개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파업에 돌입해 지난달 29일부터 조합원 1200여명 중 간호사 등 300여명이 동참했다. 이에 따라 전공의 이탈로 이미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 업무 가중으로 인해 파업 미참여 간호사들이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대병원 측은 파업 미참여 조합원들과 근무자 재배치 등을 통해 필수 진료 및 주요 수술 일정에 차질이 없게 운영할 방침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등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