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정통 클래식 벽을 허물다… ‘민속 오페라’의 탄생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혁신적 창조물
세련되고 다채로운 미국, 극음악으로 표현
흑인 민속음악, 레치타티보·아리아로 승화
오페라와 대중음악 재즈와의 성공적 결합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혁신적 창조물
세련되고 다채로운 미국, 극음악으로 표현
흑인 민속음악, 레치타티보·아리아로 승화
오페라와 대중음악 재즈와의 성공적 결합
입력 : 2024. 08. 29(목) 16:47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공연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가장 미국적인 오페라,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 흑인이 주인공인 오페라로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의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1935>는 너무 특별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작곡가 거슈윈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가장 미국적인 음악 기법과 성격을 묘사할 수 있는 작곡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국민 요정 피겨 여왕 김연아가 ‘파리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1등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프리스타일 배경 음악이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곡이라 더욱 친숙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조지 거슈윈은 그의 유일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를 민속 오페라라고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대본은 듀보즈 헤이워드(DuBose Heyward, 1885~1940)가 그의 아내와 함께 작업한 희곡을, 조지 거슈윈의 형제인 재즈 음악가 아이라 거슈윈(Ira Gershwin, 1896~1983)이 가사 작업으로 함께 완성하였다. 미국의 남북 전쟁이 끝나고 혼란 속에 전환기를 맞이한 세상, 팽창하는 뉴욕은 혼란을 틈타 밀려들어 오는 이민자 등으로 넘쳐났으며, 이러한 배경 아래 탄생한 <포기와 베스>는 미국의 세련됨과 다채로움을 극음악으로 표현했다.
거슈윈은 <포기와 베스>에 대하여 “저는 원주민과 이민자가 뒤섞인 뉴욕시의 멜팅 포트(Melting Pot) 현상을 작품 안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종을 넘어서 다양한 음악을 제 작품 안에 녹아들게 하였으며, 이러한 다양함이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예술적 기법을 찾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뉴욕은 여러 인종과 민족이 서로 교류하는 만남의 장소입니다. 저는 이러한 혼종 현상을 리듬으로 포착하여 이러한 요소들이 대립하고 섞이는 모습을 저의 오페라에 담고 싶습니다. 특히 그 안에 잔존하는 희극적 요소인 유머와 비극을 혼합하여 만들고 싶군요”라고 말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주류 유럽과 백인의 시각으로 그들이 주인공인 세상을 담았던 오페라 무대가 이제 다양한 정신과 색에 기반을 둔 새로운 스타일의 새로운 시대를 조명한 극음악으로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흑인이 모두 남녀 주인공인 이 작품은 뮤지컬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국 남북 전쟁이 끝난 뒤 1870년경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 흑인 거주지이다. 비누 행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남자 주인공 포기는 절름발이다. 그리고 여주인공 베스는 돈을 잘 버는 깡패 크라운과 연인 사이다. 어느 날 크라운이 동료 로빈스를 살해하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자취를 감추며 베스는 상심에 빠지게 된다. 이때 베스를 남몰래 흠모하던 포기는 그녀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그를 극진히 보살핀다. 이런 보살핌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꽃피우게 된다. 얼마 후 크라운이 돌아왔고 그는 포기의 장애를 조롱하며 베스를 죽이려고 한다. 이에 격분한 포기는 그를 죽이고 경찰 유치장에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베스는 다시는 포기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에 마약에 손을 댄다. 그리고 마약 밀매업자 스포링 라이프의 꾐에 빠져 뉴욕으로 함께 떠난다. 포기는 살인 현장에 목격자가 없어서 무혐의로 풀려나게 되고 베스가 마약 밀매업자에게 속아 뉴욕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염소 수레를 끌며 뉴욕으로 떠나며 막을 내린다.
대중에게 재즈 작곡가로서의 각인되어 있는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는 이 작품이 ‘오페라인가? 뮤지컬인가?’에 관하여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랩소디인 블루’는 블루스 어법을 클래식 음악에 덧입혀 재즈와 성공적 융합을 보여줬다. 그러하기에 당시 사람들은 거슈윈이 과연 클래식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을까에 많은 의구심을 가졌다. 전통 오페라와 달리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공연을 연상시키는 <포기와 베스>의 초연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반적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는 그가 사망한 이후 각광을 받은 작품이다. 그가 뇌종양으로 1937년 사망하기까지 널리 알려진 곡은 몇 곡에 불과했으며, 이 작품이 오페라로서 예술성을 인정받기까지는 약 반세기 이상이 걸렸다. 현대 오페라로 분류되는 <포기와 베스>는 바그너 음악극의 라이트 모티브 기법을 적극 차용했다. 반복되는 주제선율과 그 안에 삽입되어 흐르는 블루스 선율, 오묘한 화성은 극 안의 분위기를 선도하였다. 그리고 흑인영가, 연극과 같은 행상인의 외침, 극 안에 삽입된 노동가 등은 흑인의 민속음악을 오페라의 기법에서 볼 수 있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등으로 승화시켰다. 클래식 음악의 오페라와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 재즈와의 성공적인 결합은 미국의 미국인에 의한, 세계인이 환호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오페라로 제작될 수 있었고 오래된 고정관념과 이를 극복한 <포기와 베스>는 민속 오페라라는 특별한 장르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창조는 서로 다른 재료의 융합에서 나온다.”라는 원리로 새로운 생각이 만드는 공간과 그 공간이 또다시 창조해 내는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이야기한다. 오페라라는 융합 예술이 세상에 등장할 때는 엄청난 화제였다. 이 전에 보지 못한 이 볼만한 대형 공연은 세계 공연예술 시장을 장악했다. 현대 과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오페라는 뮤지컬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예술 창조의 산파 역할을 했으며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는 이런 맥락에서 정통 클래식 부류로 들어가는 오페라와는 이질적인 대중 예술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융합하여 만든, 당시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창조물이라 할 수 있다.
오는 9월6일 광주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 역시 광주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연출 기법으로 고전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감정 묘사를 관객에게 노래뿐만 영상 등의 디지털적인 요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이 드러나 더욱 사실적인 방법으로 날씨 변화를 통해 주인공의 감정 기복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김지영이라는 연출자가 거슈윈처럼 이 또한 생각지 못했던 재료의 만남을 구사함으로 새로운 무대를 만든 것이다.
오페라 안에서 새로움을 향한 도전은 재료의 융합과 함께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오페라가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던 독자들에게 이제 새로운 별미를 맛볼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 하지만 오페라를 보며 감동뿐만 아니라 신선한 자극까지 맛보고 싶다면 관객 역시 좋은 작품 관람을 위한 노력이 조금은 가미되어야 한다. 무한한 가상 공간인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를 더욱 쉽게 안내해 주고 있으니 잠깐의 손가락 수고로 고전의 기품과 재미, 그리고 신선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무한한 오페라 행복한 중독!!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조지 거슈윈은 그의 유일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를 민속 오페라라고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대본은 듀보즈 헤이워드(DuBose Heyward, 1885~1940)가 그의 아내와 함께 작업한 희곡을, 조지 거슈윈의 형제인 재즈 음악가 아이라 거슈윈(Ira Gershwin, 1896~1983)이 가사 작업으로 함께 완성하였다. 미국의 남북 전쟁이 끝나고 혼란 속에 전환기를 맞이한 세상, 팽창하는 뉴욕은 혼란을 틈타 밀려들어 오는 이민자 등으로 넘쳐났으며, 이러한 배경 아래 탄생한 <포기와 베스>는 미국의 세련됨과 다채로움을 극음악으로 표현했다.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공연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공연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공연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공연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오는 9월6일 광주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 역시 광주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연출 기법으로 고전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감정 묘사를 관객에게 노래뿐만 영상 등의 디지털적인 요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이 드러나 더욱 사실적인 방법으로 날씨 변화를 통해 주인공의 감정 기복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김지영이라는 연출자가 거슈윈처럼 이 또한 생각지 못했던 재료의 만남을 구사함으로 새로운 무대를 만든 것이다.
오페라 안에서 새로움을 향한 도전은 재료의 융합과 함께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오페라가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던 독자들에게 이제 새로운 별미를 맛볼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 하지만 오페라를 보며 감동뿐만 아니라 신선한 자극까지 맛보고 싶다면 관객 역시 좋은 작품 관람을 위한 노력이 조금은 가미되어야 한다. 무한한 가상 공간인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를 더욱 쉽게 안내해 주고 있으니 잠깐의 손가락 수고로 고전의 기품과 재미, 그리고 신선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무한한 오페라 행복한 중독!!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