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꽃 중의 군자'
최도철 미디어국장
입력 : 2024. 07. 17(수) 15:22
최도철 미디어국장
 남도의 대표 여름축제인 무안연꽃축제가 다음 주말에 열린다는 짤막뉴스가 지면에 실렸다.

 초록빛 연잎 사이로 맑은 자태를 드러내며 꽃망울을 틔우는 회산 백련을 기억에서 소환하니, 가까이 지내는 암주 스님과 몇 해 전 나눴던 연꽃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하여 화지군자(花之君子)라 이른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유래했다.

 주돈이는 연꽃을 두고 이렇게 묘사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 청결하되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으며,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지며/…”

 7월이면 피기 시작해 한여름이면 연지(蓮池)에 불국토를 만드는 연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우주’라는 말처럼 제각기 다르고 그 종류만도 250여 종에 이른다.

 100년에 한 번 핀다는 가시연꽃은 널따란 잎이 뾰족한 가시로 가득한데, 이를 뚫고 화려한 꽃이 솟아난다. 이르게 피는 수련은 밤에는 꽃잎을 웅크려 ‘잠자는 연’이라 불린다.

 둥그런 쟁반을 닮은 연꽃도 있다. 빅토리아수련이다. 꽃이 어찌나 큰지 작은 아이가 앉을 수도 있다고 한다. 빅토리아수련이 세상을 보는 시간은 단 3일. 흰색으로 피었다가 차츰 진분홍빛으로 변해 사흘만에 물 아래로 얼굴을 감춘다. 이외에도 홍련, 백련, 왜개연, 대하연, 노랑어리연이 있다.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 피었다고 한다. 또 극락세계를 신성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라고 생각해, 절집에 크고 작은 연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안 일로외에도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 여럿 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아련한 사랑이야기가 스민 부여 궁남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는 양평 세미원, 조선의 농학자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서 연씨를 가져와 이곳에 심었다는 시흥 관곡지 연꽃파크 등이다.

 회산 백련지의 화양연화는 7말8초다. 이번 주말 마실은 무안으로 정해도 괜찮을 듯 하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진흙에서 자라지만 진흙을 탓하거나, 진흙에 물들지 않고 외려 더러움을 정화하는 연꽃을 감상하면서 서정주 시인의 ‘연꽃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읊조리는 것도 여름날의 낭만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최도철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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