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서 생산하는 아라비카'…맛으로 승부
●두베이커피플랫폼 차상화 대표
화순서 커피콩 연 10톤 생산
유리온실서 아라비카종 재배
초미세기포수· 퇴비 등 특허
커피, 개껌·막걸리로 재탄생
입력 : 2024. 07. 03(수) 16:55
화순군 도곡면에 있는 6611㎡(2000평) 규모의 커피 농가를 운영하는 두베이커피플랫폼 차상화(54)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화순에서도 아열대작물인 커피가 자라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커피농사가 어느새 1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화순 도곡면에 있는 두베이커피플랫폼 차상화(54)대표다.

차 대표는 화순군 도곡면에 있는 6611㎡(2000평) 규모의 한 유리온실에선 2만2000여그루의 커피나무를 키우고 있다. 커피와 미생물 분야의 전문가인 차 대표는 이곳에서 해발 1000∼2000m 고산지대에서 주로 재배하는 아라비카종 커피를 생산한다.

그는 “기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아열대작물인 커피를 재배한다고 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스마트팜에서 기후 조건만 잘 맞추면 얼마든지 고품질 커피를 수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커피를 좋아해 화분에서 취미로 커피나무를 키웠다. 마트에서 샀던 커피에서 덜 볶아진 콩 하나를 발견하고 심었던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화분 하나에서 시작했던 커피 키우기가 방을 한가득 채우더니, 거실도 모자라 하우스 한동을 빌리게 됐다. 환경분야에 종사하던 그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커피농사에 입문했다.

나무가 말라 죽는 것을 포함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유리온실에서 커피 생산에 적합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었다.

차 대표는 “커피나무는 10∼15℃에서 꽃을 피우고 30℃가 넘으면 생육이 부진하다“며 ”자연 상태에서는 건기에서 우기로 바뀔 때 꽃이 피는데 차광막으로 햇빛을 조절하고 물을 미세 분사하는 작업으로 인공적으로 건기와 우기를 만든다. 이렇게 하면 1년에 4번 이상 커피를 수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상화 대표의 2000평 규모 커피 농장에서 수확하는 양은 연 10톤에 이른다.
밀식재배로 생산성을 높인 것도 차 대표만의 특징이다. 보통 3.3㎡(1평)에 1그루의 커피나무를 심지만 차 대표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나무를 심는다. 덩달아 수확량도 10배 이상 늘릴 수 있다. 2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수확하는 양만도 연 10톤에 이른다.

생산하는 커피의 종류는 아라비카종이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 리베리카와 함께 3대 원두로 꼽힌다. 그중 아라비카종은 커피 총 생산량의 70%를 차지하지만 기후와 환경에 민감해 해발 2000m의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나 재배가 힘들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재배가 힘든 작물이다.

커피 원두의 품질을 높이려는 그만의 비결도 특별하다. 일반 물이 아닌 ‘초미세기포수(나노버블 발생 기술로 만든 물)’를 주고, 미생물 발효기술을 활용해 직접 생산한 기능성 퇴비를 사용한다.

그는 “단순히 ‘국내에서 생산한 커피’라는 것만으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고품질 커피를 만들어 맛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원두의 당도인 20∼22브릭스(Brix)보다 훨씬 높은 30브릭스 이상의 원두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커피 나무로 껌을 만들고, 커피 과즙으로 과즙음료를 만든 상품과 커피잎으로 만든 화장품 등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커피 과육.
차 대표는 ‘프로세싱’이라고 하는 가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자체 개발한 미생물을 활용해 건식, 습식, 무산소 이중발효 등 여러 가공법으로 다양한 향미를 지닌 커피를 생산한다. 커피 감별사인 ‘큐그레이더(Q-Grader)’에게 고급 커피로 인정받으려면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두베이커피는 해마다 이를 충족했다.

차 대표는 “재배기술을 익혀 커피나무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품질을 높이려면 과육의 여러 성분을 씨앗에 전달하고, 상품화한 원두의 밀도를 높이는 가공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베이커피플랫폼은 산미가 독특한 ‘화순 아리랑’, 가공한 생두를 2차 발효해 고소한 맛을 지닌 ‘화순 두베이’ 등을 판매한다. 이 원두는 화순 도곡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있는 ‘도란도란’ 카페를 비롯해 자체 운영하는 카페 3곳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데 맛과 향이 좋아 호평이 이어진다.

특히 커피를 활용한 2차 가공 상품도 눈에 띈다. 커피 나무로 껌을 만들고, 커피 과즙으로 과즙음료를 만든 상품과 커피잎으로 만든 화장품 등은 인기리에 판매 되고 있다.

차 대표는 커피 재배와 가공법을 널리 알리고자 자체적으로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1기수에 50명씩 2번에 걸쳐 총 100명이 해당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국내 커피시장 규모가 12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좋은 원두만 생산하면 판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재배기술과 가공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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