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사막화 막기 위한 협약 강화·준수 절실
박찬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4. 06. 09(일) 17:59
박찬 취재2부 기자.
영화 ‘매드맥스’의 황무지 배경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직면할 환경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의 올해 봄철(3~5월) 기온은 14도로 역대 가장 높았고 다가올 7~8월의 평균기온도 예년보다 높은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상태다.

최근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1.9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 ‘1.5도 상승 제한’을 깨뜨리는 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가 발표한 ‘세계사막지도’에 따르면 이미 지구 육지 면적의 75%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는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 지구 육지 면적 90% 이상의 땅이 황폐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 상황에서 지난 2022년에는 ‘환경오염 주범’ 중 하나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탄생했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 75%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의 구체적 목표가 담긴 결의안이 유엔환경총회에서 승인된 것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사용은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을 야기한다. 추출-생산-운반-소각-투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는 물론 메탄가스와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앞으로는 플라스틱이 석탄화력발전소보다 기후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처럼 과도하게 생산돼 남용되는 걸 막기 위해 ‘2040년까지 75% 이상 감축’ 같은 구체적 목표가 제시될 수 있었다.

국내에도 대기환경보전법 등 기후·생태계 변화유발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법안은 존재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이런 협약이 이뤄지는 사례를 볼 때 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환경규제 법들이 조속히 개정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사회적 합의에만 맡겨 둔 세부적인 환경오염 원인 방지에 대해 이제는 체계적 대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당면한 과제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기상청이 발표한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 서비스 발굴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국민의 89.9%가 현재 대한민국이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폭염, 집중호우·홍수 등으로 체감되는 기후 주의보 증가와 해마다 봄·가을이 사라져 간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았던 걸로 풀이된다.

이미 도입된 환경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강화해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오염자부담원칙’을 강하게 적용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들을 압박할 필요도 있다. 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한 비용 부과로 기업들을 환경친화적 방식의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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