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한강의 기적과 센 강
김성수 논설위원
입력 : 2024. 05. 28(화) 17:05
김성수 논설위원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가운데 흐르는 강, 한강은 대한민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상징한다. 하지만 한강은 흥미롭고 경이적인 역사가 있다. 한강은 태백산맥의 금대봉 정상부 북쪽 비탈에서 발원하여 강화해협 부근의 어귀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본류로 한다. 본류 총연장은 494km에 달한다. 1960년 이전에 모래톱 등이 존재했으며 매우 깨끗했다. 하지만 근대화·산업화로 인해 한강의 수질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수백 만 명이 모여 사는 도시의 강물을 깨끗하게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강은 기적을 이뤄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강을 대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한강 개발사업(1982~1986)을 통해 한강에 자연스럽게 흐르던 물을 댐 형태로 만들어 수위를 조절했다. 한강 고수부지 일대를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고 88 올림픽대로를 착공해 김포공항~잠실 주경기장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에도 국가주도의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 상류를 그린벨트로 개발을 제한하고 오염 유입도 차단했다. 시민들도 환경파수꾼을 자처해 환경보호에 앞장섰다. 그 결과 한강은 수질이 개선돼 오늘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깨끗한 강으로 거듭났다.

프랑스가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두고 고심에 빠졌다. 수도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 강의 수질 때문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회식과 철인 3종 수영 종목, 오픈 워터 스위밍 등을 센 강에서 치를 계획이다. 문제는 수질인데 센 강은 지난 100년간 수질악화로 입수가 금지돼 있다. 프랑스 당국은 대한민국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센 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14억 유로를 들여 정화 작업에 들어갔지만 수질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센 강은 이미 쓰레기와 오물, 박테리아와 대장균으로 오염된 상황에서 입수 가능한 수준으로 수질을 정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가 대한민국의 한강을 본보기로 삼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무언가 착각한 듯하다. 100년 넘게 더렵혀진 센 강을 불과 1~2년 새에 입수가 가능한 수질로 개선한다는 발상은 무모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극복해 만든 기적이며, 한강의 수질도 반세기 동안 이어진 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써내려 간 역사가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기적은 수많은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빚어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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