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강수훈>민주주의 혁신, 광주시의회의 시대정신이다!
강수훈 광주시의회 운영위원장
입력 : 2024. 05. 09(목) 18:11
강수훈 광주시의회 운영위원장
2022년 지방선거 후, 평균 나이 47세와 초선 70%로 출범한 제9대 광주시의회는 지방의회 역사상 가장 젊은 의회로 시작했다. 젊은 의회인 만큼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제기됐다. 역동적이고 패기와 열정이 기대되는 반면, 경험 미숙과 경륜 부족을 우려 삼았다. 그러나 지난 2년의 광주시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면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그러한 우려를 기대로 바꾸기 위한 큰 노력이 있었다.

시정질문은 날카로웠고, 행정사무감사, 예·결산 심사 과정 내내 집행부를 긴장시켰다. 해묵은 현안에 대해서 치열하게 학습하고 토론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의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2038 아시안게임’ 연구 용역 부실을 밝혀내며 시정토록 했고, 성역처럼 굳어있는 ‘5월 문제’를 릴레이 5분 발언을 통해 용기있게 정면으로 맞섰다.

광주시의회 전반기 2년이 시민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면, 다음 후반기 2년은 신(新)지방의회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함과 동시에 광주만의 특색있는 의회 민주주의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의제가 위장(僞裝) 민주주의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통 시민을 더 자주 만나고, 적극적 시민과 보다 깊게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의회 곳곳에서 토론과 공론의 장이 열리고, 광주의 현안과 미래를 논해야 한다. 민생, 인구절벽, 세수감소, 청년 일자리, 출산 및 육아 대책, 어르신 복지, 군공항 이전, 학생인권조례 등 사안마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면서 최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의회를 영어식으로 표현한 단어는 Parliament로, 어원인 프랑스어 parler는 ‘말하다’, ‘토론하다’, ‘토의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결국 의회는 ‘토론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에서 정부와 야당간 격렬하게 진행되는 총리질의(Prime Minister‘s Questions, PMQ)에서 발휘되는 수준높은 의원의 토론은 의회가 품격있는 정치토론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소통 수단을 중시해야 건강한 정치 담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주시의회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자치분권 2.0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의회는 권한이 없어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일하는 정치, 토론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노력한다면 향후 광주시의회가 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미래로 나아가는 비전 제시나 토론을 통한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선거 유불리를 위한 프레임 정치가 등장해서 걱정이다. 시 집행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친강대 반강, 초선대 재선, 자치구 간 구도,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과의 관계 등 반사이익 정치를 하려는 움직임은 구태정치의 전형이다.

갈등을 조장하는 편 가르기 프레임은 혁신 의회를 지향하는 광주시의회에서 추방되어야 할 정치 전략이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열심히 일하는 대표 심부름꾼 선발 경쟁이 되길 바라는 시민의 요구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광주시의회 후반기 2년의 시대정신은 뭘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에 누가 더 못 하나로 결론짓게 되는 반사이익 정치를 뛰어넘어 토론과 설득으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선보이고, 더 나은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담대한 전진 아닐까. 정의로운 혁신이라는 가치와 철학에서 출발해 함께 뜻을 세우고, 더불어 도모한다면 제9대 광주시의회는 분명 지방자치의 새로운 여정을 열게 될 것이다. Yes,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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