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만드는 최초의 학군지
거실육아
임가은 | 멀리깊이 | 1만6800원
입력 : 2024. 05. 09(목) 10:36
거실육아.
책은 거실을 아이 인생 최초의 학군지라고 정의한다. 전작 ‘해냄 스위치를 켜면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가 됩니다’에서 혼자 샤워하고 빨래 개고 새벽 공부하는 일곱 살 하준이 육아법을 소개해 큰 화제를 모은 임가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 강남8학군보다 효과적인 학군지로 ‘거실’을 꼽는다.

저자의 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울림이 깊다. 초등 특수교사로서 느린 학습자를 전담해 왔기 때문에 학업적 성취와 습관이 단지 똑똑하게 태어난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학용품을 찾느라 수업 시작 후에도 한참 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가장 먼저 학용품 정리함을 교체했다. 손잡이가 달린 정리함으로 교체했을 뿐인데, 수업 전 단번에 정리함을 책상에 가져다 둔 아이들은 사물함 들락거릴 필요 없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공부하는 거실을 만드는 일 또한 정리함 손잡이처럼 아주 간단한 환경 구성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TV를 없앨 필요도, 소파를 치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TV와 소파가 있을 때, 아이들은 흡사 마시멜로 효과가 증명한 것처럼 진짜 자제력과 학습 능력을 터득한다.

저자는 TV를 둘 것이라면 액자형 TV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평상시에는 명화나 가족 사진을 전시해 두다가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을 틀 때만 TV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액자용 TV가 아니라면? TV 커버를 씌우면 간단히 해결된다.

마시멜로 두 개를 습득했던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회피와 제거 전략이었다. 마시멜로 자체를 먹어서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TV를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에서 시선을 거두거나(액자형 TV나 커버 활용), 다른 놀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TV를 유혹의 대상이 아닌 효과적인 재미의 도구로 변환하는 것이다.

TV가 없어서 어떻게든 영상을 보려고 온갖 잔머리 굴리는 아이로 키울 것이 아니라, 있어도 굳이 볼 마음을 먹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거실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크게 네 개 장에서 거실을 공부하는 곳, 몰입하는 곳, 대화하는 곳,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을 안내한다. 그야말로 아이 인생 최초의 학군지로 만드는 법이다. 책 좀 읽어라, 핸드폰 좀 그만 쳐다봐라, 영상을 몇 편째 보는 거냐, 보이는 대로 잔소리하는 공간이 아닌 아이가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책 읽는 공간으로 거실을 바꿔보자.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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