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동정신의 회화적 계승 ‘오월미술’ 팡파르
제36회 오월미술제 오늘 개막
31일까지 광주일대서 미술축제
주제 ‘아직 오지 않은 대동세상’
연대전시·학술세미나·토론 다채
입력 : 2024. 04. 30(화) 17:27
1995년 오월전 금남로 거리전 현장. 전남일보 자료사진
1989년 쉽게 그날의 진실을 입에 올릴 수 없었던 엄혹한 시대, 제1회 ‘오월전’이 치러졌다. 미술을 통해 사회를 직시하고자 했던 당시 청년예술인들은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광미공)를 결성했고 이들은 매해 ‘오월에 본 미국전’, ‘더 넓은 민중의 바다로’, ‘희망을 위하여’, ‘학살자 35인의 얼굴전’ 등을 주제로 1980년 5월 광주를 화폭에 기록한 ‘오월전’을 열며 광주 민중미술의 깊이를 다졌다. ‘오월전’은 이후 광미공의 후신 격인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가 주도하게 됐고 지난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오월미술제’로 외연을 확대, 거리에서 민중과 함께하며 광주정신을 추상에 빠지지 않게 하는 역할과 동시에 광주 대표 미술행사로 성장했다.

오월미술제가 올해로 36회를 맞이했다. 5·18민주화운동 44주년에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아직 오직 않은 대동세상’이라는 주제로 1일부터 31일까지 5월 한 달간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특히 광주정신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동학농민운동 130주년(동학에서 오월로, 진정한 대동세상을 꿈꾸며)을 함께 기념한다. 은암미술관, 전일빌딩245, 갤러리 Hyun 등 세 곳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와 함께 광주 곳곳에서 연대전시, 광장토론, 학술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번 오월미술제 전시공간은 △1전시관: 전일빌딩245 시민갤러리 △2전시관: 은암미술과 △3전시관: 갤러리 Hyun으로 나뉜다. 전일빌딩245 시민갤러리에서는 ‘간절히-원하다’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통해 사람과 만물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가치관을 새긴다. 은암미술관에서는 ‘서로-잇다’라는 제목으로 어울렁 더울렁 함께 사는 세상을 그려낸다. 갤러리Hyun에서는 여성작가 특별전이 ‘Harmonious(하모니어스)’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세 곳의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지고 오는 11일 오후 5시 30분 은암미술관에서 오픈행사가 열린다.

이번 오월미술제에서 주목해야 할 문구는 ‘Weave a story From Dot To Dot 1(항쟁의 거점과 거점을 이어가며 저항의 이야기를 엮다)-Reboot’이다. 컴퓨터 등 기계를 구동하는 행위를 일컫는 booting에 Re가 붙은 ‘Reboot’는 시리즈물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기초 설정만 유지해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지난 2020년 오월미술제로 외연을 확장한 이후 오월미술의 동시대성을 고민하고자 한 의지를 담은 셈이다. 리부트 시 잊지 말아야 할 기초 설정처럼, 오월미술제가 놓치지 않고 다뤄내야 하는 것은 ‘대동 정신의 계승’과 ‘동시대성’이다. 제36회 오월미술제에서는 거대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혁명의 시발점이자 이후 이어진 여러 항쟁의 초석이 된 ‘동학의 정신’을 오월미술제의 새로운 경계 시작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특히 오월미술제 부대행사로 오는 1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5·18 44주년 기념 학술세미나’를 통해 담론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세미나는 ‘동시대 새로운 담론으로서 오월미술제의 방향성 찾기’라는 주제로 열리며 전환점에선 오월미술제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한다. 발표자로는 김종길 경기시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홍성담의 오월판화와 그 미학), 임종영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학예실장(오월미술제 내용과 방향 ‘우문현답’에서 답을 찾다),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오월미술의 동시대성과 확장성), 이현남 오월미술제 총감독(오월미술에 담긴 동시대 감성연구_오월미술제를 중심으로)이 나선다. 토론자로는 신용철 부산민주공원 학예실장, 김허경 호남학연구원 학술 연구교수, 김희련 작가가 참여한다.

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이 오는 18일 오전 10시 20부터 5·18민주광장에서 열린다. 토론은 오월미술제 참여작가와 광주시민들이 함께하는 토크쇼 형태이며 ‘민주주의의 초석-동학에서 5·18까지 (아직오지 않은 대동세상!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대동세상은?)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발제자로 한진수(해파 윤상원 518 더하기 1), 박성완(062518), 자코모(광주 5·18과 이탈리아 볼로냐 학살), 박철우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 5·18을 주제로 한 연대전시도 광주 전역에 걸쳐 진행된다. 5·18기념문화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갤러리27번가, 갤러리생각상자, 광주여성전시관, 광주시립미술관, 메이홀, 비움박물관, 소촌아트팩토리 큐브미술관, 송정작은미술관, 오월미술관, 이강하미술관, 자미갤러리, 전남대학교 역사관, 전일빌딩 245 등에서 ‘오월’에 대한 다양한 전시를 준비했다.

이현남 제36회 오월미술제 총감독은 “우리의 오월이 바라는 진정한 대동 세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여전한 사회문제들은 그날의 우리가 보여줬던 대동 정신을 계속 퇴색시켜가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평등을 바랐던’ 동학의 정신은 오월정신의 초석이기에 다시 한번 이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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