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건철> 광주·전남 젖줄 영산강과 아껴놓은 섬진강
이건철 전남관광재단 대표이사
입력 : 2023. 01. 18(수) 14:26
이건철 대표이사
강은 세계 고대 문명의 발원지였다. 세계 4대 문명인 황하, 인더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 모두 각각 황하강, 인더스강, 나일강,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에서 발생할 만큼 강은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국내에서도 일찍이 4대 강이 물류·운송기능과 홍수·가뭄 등 수자원 통제기능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도 경제·산업·환경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전남에는 우리나라 5대강 가운데 영산강과 섬진강 2개 강이 흐르고 있다. 영산강은 담양군 용면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해 광주시와 전남의 8개 시·군 115.5㎞를 흘러 목포 앞바다로 유입된다(유역면적 3,371㎢). 또 섬진강은 진안군과 장수군 경계인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3개도 10개 시·군 225.3㎞를 흘러 남해의 지리적 중심인 광양만권으로 유입된다(유역면적 4,896㎢).

영산강은 일찍이 광주·전남의 젖줄 역할을 해 왔다. 일제 강점기 목포가 남한의 3대 항구 6대 도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영산강 덕이었다. 일제가 수탈해 간 농수산물 수로 역할을 영산강이 담당해 목포의 물동량과 도시 인구가 늘어났다. 해방 이후에도 1981년 하굿둑이 축조되기 전까지는 영산강이 나일강 같은 수로 역할을 했다. 영산강이 섬진강에 비해 길이가 짧고, 유역면적이 작음에도 4대강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1986년 광주직할시 승격으로 인한 광주·전남 분리에 이어 민선 자치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지역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된 것이 광주·전남 상생발전이었으며, 그로 인해 가장 많이 회자된 어휘가 바로 광주·전남 상생발전을 위한 영산강공동체였다. 그만큼 지역사회가 영산강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영산강 수질 문제에 대한 광주시 책임 문제가 대두되자 1999년 광주는 참여하지 않은 채, 전남의 8개 시·군만 함께 한 영산강 유역 행정협의회가 발족했다. 이때 광주시가 주도적으로 영산강공동체에 참여했더라면 영산강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광주·전남 상생도 순조롭게 잘되고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처럼 영산강에 소극적이었던 광주시가 민선 8기 들어 시민들의 생태·문화·여가 공간 조성을 목표로 한 ‘영산강 Y프로젝트’를 핵심 과제로 제기했다. 무릇 강을 활용한 프로젝트의 제1의 성공요건은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라 생각하는바, Y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광주시가 우선해야 할 과제는 영산강 수질 개선이라 확신한다. 영산강 수질은 5대강 가운데 가장 취약하다(영산강유역환경청). BOD는 영산강을 뺀 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의 7배에 달하고, 수질 등급도 상류인 담양에서는 1급수를 유지하다 광주시를 지나면서 4급수로 하락하고 있다. 주원인은 광주하수처리장에서 하수처리 방법을 변경하면서 암모니아성 질소 제거시설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영산강을 통한 공동체 구성이나 상생을 위해서는 수질 개선이 최우선임이 확실해졌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나주시가 총 3600억원 규모의 환경부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치수·환경·수질·친수 등 개별적으로 추진해 왔던 하천 사업이 통합 추진할 수 있게 됨으로써 효율적인 영산강 관리가 가능해 질 것 같아 기대된다.

반면 섬진강은 영산강에 비해서는 ‘조용한’ 강이다. 전남, 전북, 경남의 3개 도 관할이다 보니 소유 의식이 확실하지 않아 대도시나 산업단지 등 강변 프로젝트가 없는 ‘아껴놓은’ 강이다. 덕분에 향후 지역발전의 가장 큰 무기인 청정성을 유지하고 있어 이제는 큰 빛을 발할 찰나다. 다름 아닌 민선 7기부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신해양·문화관광·친환경 수도’가 섬진강하구 유역에 건설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 ‘경제수도’와 세종시 중심의 ‘행정수도’에 대극되는 새로운 해양·관광·환경 수도가 섬진강 유역에 건설되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합한 중부권은 면적이 전국의 28%에 불과함에도 인구는 전국인구의 70% 가까이 거주할 만큼 집중돼 있고, 영남권과 호남권은 면적이 72%에 달함에도 인구는 전국의 30% 남짓에 불과한 것이야말로 국가불균형의 상징이다.

김대중정부부터 노무현정부까지 국토계획에서 광주·전남 발전 구도는 광주·목포권과 광양만권 2대 광역권역이었는데, 광주·목포권이 바로 영산강 유역이고, 광양만권은 섬진강 유역이다. 중앙정부도 영산강과 섬진강의 중요성과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결론적으로 영산강은 광주·전남 상생을, 섬진강은 국가균형발전을 상징하는 강이다. 영산강과 섬진강을 통해 진정한 광주·전남 상생과 국가균형발전을 보고 싶다.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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