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강 노벨문학상, 지역의 자긍심 되길
소외된 한국문학 세계에 알려
입력 : 2024. 10. 13(일) 18:39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 오후 8시(한국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던 ‘채식주의자’부터, 5·18 광주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소년이 온다’까지 한 작가가 파고들었던 문학의 본질에 합당한 심사평이다.

한강의 수상은 개인의 영예일 뿐 아니라 한국 문학의 높은 수준을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통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국가적 쾌거다. 한강은 13살 때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보여준 5·18 광주항쟁 사진첩 속 희생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깊은 물음을 품게 됐다고 했다.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 ‘채식주의자’ 역시 인간의 폭력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5·18 광주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서는 당시의 아픔 뿐 아니라 여전히 5·18을 헐뜯고 비난하는 세력이 건재한 현실을 파고들었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통해 5·18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강의 수상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큰 자부심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이며, 모두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다. 한강 작가는 광주에서 태어나 효동초등학교를 다녔다. 한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고향인 장흥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작가와 연관 있는 광주·전남 지자체들은 노벨상 수상을 기념한 다채로운 사업을 펼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K-POP과 영화, 드라마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문학부분만 소외됐었다. 소외된 한국 문학을 단숨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한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 문학가를 키워낸 지역에서 큰 잔치를 여는 건 당연지사다. 한 작가의 수상은 지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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