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공무원 인기…광주 학원가 수강생 줄어 ‘울상’
광주·전남 9급 공무원 경쟁률 하락
낮은 연봉·처우·조직문화 등이 원인
학원·식당·카페·복사집 등 매출 급감
"현장 강의 수강생 10분의 1로 줄어"
입력 : 2025. 07. 02(수) 17:58
공무원 지망생 급감으로 지역 내 공무원 학원과 인근 상가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 학원가의 모습. 정승우 기자
낮은 연봉과 처우, 경직된 조직문화 등으로 공무원 직군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공무원 경쟁률이 반토막 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지망생이 크게 줄면서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과 인근 상가 자영업자들이 매출에 타격을 받아 폐업을 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일 오전 찾은 북구 용봉동 공무원 학원가.

과거 공무원 학원이 밀집해 있던 곳이지만 대부분이 폐업을 하고 현재는 일부 학원만이 운영되고 있었다. 공시생들이 자주 찾던 식당·복사집 등은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고 폐업한 학원 건물은 방치된 지 오래된 모습이었다. 인근 골목에 위치한 상가들의 공실 상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무원 학원가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공시생들이 확연히 줄어들어 매출과 상권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째 복사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현(53)씨는 “공시생들이 많을 때는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 드물다”며 “코로나 이후에 전체적으로 공무원 지망생들이 줄어든 것 같다. 학원도 많이 문을 닫았고, 인근 상권 매출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8년째 식당을 하는 김모(66)씨는 “규모가 큰 고시학원들이 운영 중일때만 해도 학생들이 자주 밥을 먹으러 왔지만 요즘은 유동인구 자체가 없어 너무 힘들다”면서 “대학교 방학 기간에는 손님이 아예 없는 수준이고 매출도 70% 가까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공무원 지망생 급감으로 지역 내 공무원 학원과 인근 상가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동구 학원가의 모습. 정승우 기자
동구에 위치한 학원 밀집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거리에는 ‘임대문의’가 붙은 점포들이 수두룩했고, 공시생들의 식사부터 각종 생활 편의까지 책임졌던 고시학원 건물 1층 편의점마저도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같은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0대)씨도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학원도 많이 사라지고 학생들도 많이 줄어 가게 매출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적인 상권이 많이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공무원 지망생 감소 추이는 연도별 경쟁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9급 전국 지방공무원 경쟁률이 8.8대1로 지난해(10.4대1) 대비 하락했다.

실제 최근 5년간 경쟁률은 △2021년 10.3대1 △2022년 9.1대1 △2023년 10.7대1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의 9급 지방공무원 경쟁률 하락 폭은 더욱 크다.

지방자치단체 인터넷원서접수센터 9급 지방공무원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광주 경쟁률은 △2023년 26.53대1 △2024년 25.65대1이었지만 △2025년 11.6대1로 반토막 났다. 전남의 경우도 △2023년 7.79대1 △2024년 7.25대1 △2025년 5.95대1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공무원이 사실은 ‘박봉’에 ‘엄격한 조직문화’에 시달려야 한다는 현실이 알려지면서 젊은층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구직자 2074명을 대상으로 월급이 같은 경우 사기업과 공무원 중 어디를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에 사기업을 선택한 비중이 53%를 기록했다.

이들이 공무원을 희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봉’인 것으로 나타났고 경직된 조직문화, 낮은 성장 가능성, 합격 불확실성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학원에 등록해 현장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 줄어들면서 공무원 학원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용봉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현장에 와서 실강을 듣는 수강생들이 많이 줄었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다변화 됐고 모집인원도 줄어들었다”며 “수강생들이 없어서 학원 운영비도 나오지 않을 때도 허다하다. 다른 학원들도 비슷한 상황일거다”고 설명했다.

동구에서 20년째 고시학원을 운영하는 김현철(55) 원장은 “수강생들이 한 많을 때는 한 강의실에 200명 정도 찼지만 지금은 20~30명 수준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면서 “학생들도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가 옛날과 다르고 급여, 처우 등 여건이 타직장에 비해 좋지 않은 것이 인기가 떨어진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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