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주목한 한강·김대중…‘오월 광주’가 뿌리
‘문학’·‘정치’ 인류 보편 가치 반영
소설 ‘소년이 온다’ 국가폭력 다뤄
DJ, 광주에 대한 애정·죄책감 토로
“5·18, 헌법전문 수록 박차 가해야”
입력 : 2024. 10. 13(일) 18:35
한강 작가가 지난 2020년 11월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특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시내 한 서점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등의 책들이 놓여 있다. 김양배 기자·뉴시스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세월호 유족들. 뉴시스
“대한민국에 주어진 노벨상 2개 모두 광주와 관련된 것이다. 적어도 노벨상수상위원회라는 틀로 본 서구인의 시각에서, 한국이 이룬 것들 중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광주였다는 뜻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란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같은 것이다.” -김상욱 경희대 교수

대한민국에 두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노벨평화상에 이어 이번엔 노벨문학상이다. 영광의 얼굴은 광주·전남에서는 ‘소년이 온다’로 익히 알려진 작가 한강(53)이다.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위원회는 한국의 한강 작가를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 중흥동에서 태어나 효동초등학교를 입학했으며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문학분야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맨부커상을 2016년 수상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광주로서는 가슴 뿌듯하면서 눈물겨운 소식이다. 수상의 근간에는 대한민국 근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2014년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증언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한다”며 “신원 미상의 주검, 묻힐 수 없는 주검을 보며 ‘안티고네’의 기본 모티브를 떠올리게 된다”고 소개한다.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 희곡으로서 서구 문학의 원형(原形)으로 꼽히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위대한 고전과 견주어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군사정권의 잔혹한 탄압을 겪은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 폭력의 비극을 문학적으로 재현했다. 특히 이 작품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폭력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고통을 깊이 탐구한다. 나아가 폭력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의 인류애와 연대를 주제로 삼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끔찍한 상황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찾고자 함임을 일깨어 준다. 이는 노벨문학상이 지향하는 인간의 본질, 폭력에 대한 저항, 인류애, 연대, 평화를 모두 담고 있다.

더욱이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역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어둠꽃’이란 작품을 출판해, 부녀 모두 1980년 광주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이번 수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여러 면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에 대한 세계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두 수상은 각기 ‘문학’과 ‘정치’라는 다른 영역에서 이뤄진 성취지만, 그 배경과 의미는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맥락에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평생에 걸친 민주주의와 인권 투쟁, 그리고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수상은 단순히 한 개인의 정치적 성취를 넘어, 한국의 민주화운동 전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걸쳐 광주에 대한 애정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김 전 대통령과 한강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가폭력에 저항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 중심축에는 5·18 민주화운동이 자리한다.

이는 서구 세계가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무엇에 집중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K팝·K드라마·K푸드로 알려진 대한민국이지만, 이런 문화적 성과 뒤에는 민주화를 위한 노력과 희생이 있었고 그 도화선이 바로 5·18 민주화운동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실제 해외에서는 오랜 시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평가해 왔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적 저항’이 이뤄진 역사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지역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5·18 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5·18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은 인류애와 폭력에 대한 저항, 민주주의 수호다. 이번 수상이 그것을 더욱 확실하게 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정치권과 광주·전남이 손을 잡고 ‘헌법전문 수록’에 나서야 한다.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다시금 입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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