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는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됐다.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 희망이 꽃피다‘를 주제로 한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 시작 1시간 전부터 묘지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찍 발걸음한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5·18유공자 및 유족,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 시민 등 약 25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는 △국민의례 △여는 공연 △경과보고 △기념공연1 △기념사 △기념공연2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약 45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유족들과 열사 후손들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좌석에선 희미하게 박수 소리가 나왔으나 대부분 엄숙한 표정으로 입장을 바라봤다.

올해 세 번째로 5·18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헌법 수록’이 빠졌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며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마음을 다해 안식을 빈다”며 운을 띄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또 다른 시대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며 “경제적 불평등이 불러온 계층 갈등, 그리고 기회의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이것이 오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 도중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가 ‘5·18 헌법 수록’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정다은 5·18특별위원장을 비롯한 8명의 의원은 윤 대통령 기념사가 시작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5·18 헌법 전문 수록’을 한 글자씩 나눠 적은 종이를 각자 높이 들어 올렸다. 의원들은 기념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앞서 올해 경과보고는 5·18 당시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유공자 기종도씨의 손자 기승현씨와 조선대 학생 안선영씨가 맡았다. 기종도씨는 1980년 당시 응급처치, 시신 수습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 수감됐다.

이들은 1980년 5월17일 전두환의 계염령 확대부터 27일 치열한 핏빛 투쟁이 마무리되기까지 열흘 간의 이야기를 읊은 뒤, 민주열사들에 감사를 표하며 그들의 뜻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해다.

기념식은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임을위한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후 1묘역에 안장된 박금희·김용근·한강운 열사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한편, 5·18기념식은 5·18이 1997년 5월9일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부터 정부가 주관해 진행돼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