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농축산물 개방 압박, 전남 농업 희생 안된다
대통령실 개방압박 인정
입력 : 2025. 07. 29(화) 17:59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미국이 쌀과 소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쌀과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실이 농축산물 개방 요구를 ‘사실’로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남은 전국 2위의 쌀 생산지이자 한우 사육 두수 역시 경북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농축산물 중심지다. 만약 미국산 쌀·소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전남 농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난해 전남의 쌀 생산량은 약 70만9000톤, 한우는 57만4000마리에 달한다. 이미 2024년 기준으로 전남 농업소득은 전년보다 14.1%나 감소했고, 한우 농가는 마리당 161만원의 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수입 쌀의 32.4%를 차지하며 이미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쿼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수용될 경우, 국제협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한국은 중국·베트남·호주·태국 등 5개국과 동시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는 단순한 양자 협상이 아닌 다자 외교의 문제이며, 국가 신뢰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반복적으로 농업을 ‘협상 카드’로 삼아왔다는 점이다. FTA 체결 때마다 농업은 희생돼 왔고, 그 결과는 자급률 하락과 농가 부채 증가, 농촌 공동화라는 뼈아픈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농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이자 식량주권의 문제다. 미국의 압박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정부는 ‘국익’의 이름으로 농업을 다시 내줄 수 없다. 주권국가라면 당당하게 협상해야 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농업을 지켜야 한다. 쌀과 소고기 개방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 자체가 용납돼선 안 된다. 정치권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단일한 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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