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콕콕집어' 현미경 질타…광주·전남 관가·기업 긴장
소비쿠폰·제철소·외국인노동자 인권유린
지자체 즉각 시정…내년 지선에 조심조심
매너리즘 각성효과…모범사례 칭찬 주문도
입력 : 2025. 07. 25(금) 11:42
24일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원과 통장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현물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색상을 교체하고 있다. 광주시는 소득 수준별 소비 쿠폰 현물 카드 색상을 달리해 물의를 빚었다가 한가지 색상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광주 북구 제공
안전·인권 등 경시 사례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거듭되면서 지방자치단체, 기업, 노동 현장 등 광주·전남 지역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지자체 등은 시정·개선에 나서면서 새 정부 출범 초기 ‘시범 케이스’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대통령의 현미경을 들이대다시피 하는 ‘콕콕 행정’은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진 지방자치단체 등에 각성제 효과를 주는 긍정적인 면도 부각되는 가운데 모범적인 지방행정 사례 등은 대통령이 칭찬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광주·전남 지자체 등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 노동자 추락 사고, 광주 소비쿠폰 현물 카드 색상 차별, 나주 외국인 노동자 인권 유린 등 사례가 잇따라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 등을 통해 어김없이 안전·인권 경시 풍조에 경고를 날리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지시사항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지게차에 몸이 묶여서 들리는 수모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 위로했다.

광주시는 일반,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 수준별로 달리했던 소비쿠폰 현물 카드 색상을 밤샘 스티커 부착 작업 끝에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인권 행정평가단 구성, 인권 교육 강화 등 대책도 발표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전날 고용노동청과 경찰의 동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최근 극한 호우 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재난 대응 현장의 모습도 일부 구현됐다.

이 대통령은 폭우 당시 “과잉 대응이 소극 대응보다 낫다”며 “관계 부처와 지방 정부는 사고 우려 지역을 재점검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지자체장들은 앞다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현장 점검 모습을 인증했다.

지자체 안전 안내 문자들이 쏟아져 “너무 많다. 중복되고 형식적이다”는 시민 불만이 나오기까지 했다.

통상 경찰·소방에 의존했던 실종자 수색에는 행정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되고 일일 수색 상황을 언론에 알리는 지자체도 있다.

특히 민주당 단체장들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을 의식하는 등 더 현장 행보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 사회에서는 느슨한 업무 관행을 조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쿠폰 차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광주 한 공직자는 “안팎의 비난을 받고, 시정을 위해 밤샘 작업을 하느라 동료들끼리 농담 섞어 대통령이 원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행정 편의주의나 기계적 업무처리 관행으로 인권 등 요소를 두루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확실히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한 공직자는 “다른 지역 사례를 반면교사로 우리 행정의 문제를 돌아보고, 시범 케이스에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하는 측면에서 대통령의 세밀한 지적이 효과를 내는 것 같다”며 “시민 눈높이에서는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다수 공직자의 사기를 위해 가끔 모범 사례도 발굴해 전파하고 칭찬·격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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