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호령 첫 만루포, '수비형' 꼬리표 떼고 환골탈태
5일 롯데전 첫 멀티·만루홈런 기록
이범호 감독 지도…최근 5경기 4할
“타격폼 바꾸고 꾸준한 연습 결과”
입력 : 2025. 07. 06(일) 13:54
KIA 타이거즈 김호령이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수비 하나로 프로에서 11년간 버텼던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호령(33)이 이제는 방망이에도 힘을 실었다. 타격 약점을 보완한 그는 이제 ‘수비형 선수’라는 수식어를 넘어 ‘공수겸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호령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2회 롯데 박세웅의 시속 146㎞ 직구를 받아쳐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5회에는 무사 만루 상황에서 상대 정현수의 변화구를 통타해 데뷔 첫 만루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이 홈런은 KIA의 시즌 첫 그랜드슬램이기도 하다.

김호령의 타격 반등은 일회성이 아니다. 시즌 초반 타율 0.217에 머물던 그는 이범호 감독의 타격 지도로 지난달엔 타율 0.271까지 상승했다. 최근 5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0.444(18타수 8안타)로 ‘타격 기계’에 가깝다. 지난 시즌 단 2개에 그쳤던 2루타는 올해 벌써 13개, 3루타도 1개를 기록 중이다.

그간 김호령은 수비에서만큼은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015년 KIA에 입단한 그는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호령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향 전환과 타구 판단에서도 정교함을 인정받으며, 팀 외야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타격은 줄곧 그의 약점이었다. 김호령은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100경기를 넘게 뛰었고 2년차인 2016년에는 무려 453타수에 들어설 만큼 많은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3번의 시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즌에서 타율이 2할 초반대에 머물렀고, 최근 2년간은 1할대 타율에 그쳤다.

그런 김호령이 달라졌다. 이범호 감독은 5일 롯데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처음엔 2할5푼 정도만 해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장타도 많고 발도 빨라 2루, 3루를 자유롭게 누비고 있다”며 “2016년 와일드카드전에서 함께 뛸 때의 열정이 지금도 살아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호령의 꿈은 더 크다. 2할 8푼 이상의 타율을 갖겠다는 각오다. 김호령이 이토록 좋은 타격 컨디션을 갖는데에는 기술적인 변화가 있었고 이 감독으로부터 타격 자세 교정을 받은 게 컸다. 몸에서 바깥 쪽 공보다 몸쪽 공을 더 잘 치니까 몸쪽 공을 좀 생각해서 쳐보도록 하라는 조언을 듣고난 뒤 타격감이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타격 자세를 적용하면서도 이렇게 타격 능력이 오를 것이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 했으나, 계속 연습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호령의 설명이다.

다만 비슷한 조언들을 앞서 다른 감독이나 코치들에게도 들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김호령은 “신인 때부터 당시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비슷한 말들을 많이 해줬는데 제가 많이 흘려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타격폼을 많이 바꿨는데 좀 귀를 기울일껄 그랬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이어 “이범호 감독님께서 선수 생활할 때 제가 수비하는 것을 보고 열정적인 모습들을 다 기억해주더라. 지금도 그런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시합 때 더 열심히 뛰어다니려고 하고 있다”며 “만루홈런을 처음 쳐봤는데 솔직히 넘어갈 줄은 생각 못했고 넘어가는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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