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들도 ‘고온 스트레스’…함평 한우 농가의 여름 전쟁
기온 25도 넘기면 호흡수 늘어나
사료 섭취량 감소로 면역력 저하
소화 잘 되는 알곡 늘려 자주 공급
비타민E·셀레늄 등 세포 손상 줄여
물 뿌리고 송풍팬 가동 온도 조절
입력 : 2025. 07. 03(목) 15:49
전라남도 함평군 손불면의 한 한우 축사.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소화가 쉬운 사료 공급과 축사 온도 조절을 위한 송풍팬이 가동되고 있다.
야외 체감온도가 35도를 훌쩍 넘는 3일 전라남도 함평군 손불면 학산리 한 축사. 볏짚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박재광(35)씨가 축사 지붕에 연신 물을 뿌리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소들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다.

11년째 비육우(고기소)와 번식우(암소), 송아지 등 80여 마리를 사육 중인 박씨는 “소도 더우면 밥을 안 먹는다.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줄여야 여름을 날 수 있다”며 “지속되는 폭염에 축산농가들이 어느 때보다 길고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는 외부 기온이 25도를 넘기면 체내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호흡수가 크게 늘어나는 ‘고온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사료 섭취량이 줄어들어 체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이는 곧 면역력 저하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

박씨는 한우의 생육 단계에 따라 사료 급여 방식도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다.

그는 “여름철 비육우에게는 소화가 쉬운 알곡 중심의 혼합사료(농후사료) 비율을 높여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여주고 있다. 조사료는 소화가 잘 되고 번식에 도움이 되는 푸른 풀(청초) 위주로 급여 방식을 전환했다”며 “사료는 비교적 선선한 새벽시간과 저녁시간에 주고 같은 양을 주더라도 급여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4회로 나눠 먹는 양을 늘려 체력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식우의 경우 번식 효율 저하를 막기 위해 비타민E와 셀레늄(Se) 같은 항산화 물질도 함께 급여한다. 이는 세포 손상을 줄이고 반추위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 특히 취약한 송아지 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박씨는 “면역력이 부족한 송아지는 여름철 고온 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설사병이나 호흡기 질병에 걸리기 쉬워 쾌적한 축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축사 바닥 볏짚을 수시로 교체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들이 안전하게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생육단계에 따른 급여 방식 조절 외에도 축사 온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개방형 구조인 축사는 외부 기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박씨는 “한우 번식 암소의 임신율(수태율)은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쾌적한 사육환경을 만드는 게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며 “축사 지붕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고 송풍팬을 가동해 고온다습한 공기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송풍팬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고려해 지면과 평평하게 설치하는 것보다 45도 각도로 설치해야 효과적으로 환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마지막으로 “사람도 더우면 입맛을 잃듯, 소들도 결국 환경에 좌우된다”며 “지속되는 폭염에 축산농가들의 여름은 어느 때보다 길고 무겁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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