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CEO·김대인>K-관광섬 육성 사업, 흑산도 파시(波市)가 돌아온다!
김대인 신안군수 권한대행(부군수)
입력 : 2025. 06. 26(목) 17:04
김대인 신안군수 권한대행
한반도 서남단 바다 위, 검은 산처럼 떠 있는 섬. 흑산도는 그 이름만큼 강인하고 그 역사만큼 파란만장한 섬이다.

이곳은 조선의 충신들이 뜻을 묻은 유배의 땅이었고, 동시에 바다를 품은 어민들의 생계터전이었다. 어선들은 성어기마다 섬으로 몰려들었고, 바다 위엔 자연스레 시장이 섰다. 파도 위의 시장, 파시(波市). 그곳은 단순한 어시장이 아니라, 어민의 희망과 바다의 시간을 주고받는 ‘삶의 교차로’였다. 연평도, 위도와 함께 서해 3대 파시였다는 흑산 파시의 찬란한 기억이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유통의 변화와 도시화의 물결은 이 기억을 밀어냈다. 조업선 대신 페리만 오가고, 성어기마다 들리던 고함소리도 잦아들었다. 섬은 점점 조용해졌고, “흑산도 아가씨”와 장삼이사들은 뭍을 그리워하며 떠나갔다.

그러나 신안군은 다시 한번 흑산도를 기회의 섬으로 부상시키려 한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K-관광섬 육성사업’에 흑산도가 선정되면서 2026년까지 1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흑산 예리항을 중심으로 체험형 어촌 공간, 해양생태관광지 등 섬 정체성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하고, 체류형 관광지를 조성한다. 단순한 관광지 개발이 아니라 파시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유배문화를 바탕으로 인문관광의 공간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유배의 땅’과 ‘파시의 섬’이라는 이질적 기억은,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엮인다. 이것이야말로 다른 섬에서는 볼 수 없는 흑산만의 정체성이자 차별점이다.

자산어보 캠프(레지던시·한달살이 프로그램 등), 탐조관광·해상관광 등 관광자원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숙박, 모빌리티 등 서비스 편의성을 개선하는 사업들도 추진한다. 이미 지난 24년부터 기본계획, 설계 등 수반 용역에 착수해 진행 중이다.

마침 정책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타당성재조사에 착수했다. 오랜 공을 들였던 공항사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흑산공항이 개항되면 흑산도도 일일생활권에 편입되며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하루면 닿을 수 있는 흑산도에서 사람들은 ‘바다 위 파시’와 ‘산길의 유배’ 흔적을 모두 만날 수 있게 된다.

또한 2024년 제정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행안부에서는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흑산도·다물도·대둔도·장도·영산도·태도·만재도를 비롯한 흑산권역 섬 주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렇듯 흑산도를 둘러싼 정책여건이 무르익는 가운데, 우리 신안군은 찬란했던 흑산도의 기억을 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단지 관광객이 ‘오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기억, 기회가 ‘머무는’ 섬 흑산도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함께 도움닫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 흑산 바다에 다시 장이 선다. 일렁이는 파랑, 그 물결 위에 흑산 파시가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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