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학 농어촌전형 위해 위장 전입한 엄마…항소심서 형 가중
재판부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항소심, 원심 너무 가볍다 판단
입력 : 2025. 06. 25(수) 16:43
딸이 대학입시 농어촌학생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위장 전입한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이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25일 창원지법 5-1부(권수아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1월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주택에 본인과 남편, 딸을 전입신고하고 2021년 3월까지 해당 주택에 거짓으로 주소를 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딸이 중학교 진학을 앞둔 상황에서 본인 친구 부모가 밀양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에 친구 부모가 사는 곳으로 주소를 이전한 뒤 A씨 가족은 김해에서 계속 살았다.

대학입시에서 농어촌학생 전형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농어촌(읍·면)과 도서벽지에 소재한 중·고교에서 6년간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본인과 학부모 모두 농어촌지역 또는 도서벽지에 연속 거주해야 했다.

A씨는 딸과 공모해서 지역 한 국립대에 농어촌학생전형으로 지원했고 딸은 최종 합격했다.

A씨는 밀양에서 6년간 생활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기간 전기세 등 어떠한 공과금도 내지 않았고, 이 사건 주소지 상수도 사용량이 4인 가구 월평균(30톤)보다 훨씬 못 미치는 2∼10톤에 불과한 점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씨 딸이 이 사건으로 문제가 불거진 뒤 자퇴했고 A씨는 학교 행정 교원으로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직을 잃게 되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실제 김해에서 거주했던 사실이 밝혀진 뒤에서야 전입신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딸의 농어촌학생전형 지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하고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원심 형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권 부장판사는 “농어촌학생전형은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지역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인데 A씨는 이를 악용해 실제로 농어촌지역에 거주한 학생이 불합격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납득할 수 없는 주장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등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유철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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