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오월'…광주 금남로서 하나된 시민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평화행진·길놀이로 분위기 '후끈'
'임을 위한 행진곡'…열사들 추모
체험·행사부스, 즐길거리도 '다채'
주먹밥 등 나눔, '대동정신' 재현
"시민과 연대로 광주정신 되새겨"
평화행진·길놀이로 분위기 '후끈'
'임을 위한 행진곡'…열사들 추모
체험·행사부스, 즐길거리도 '다채'
주먹밥 등 나눔, '대동정신' 재현
"시민과 연대로 광주정신 되새겨"
입력 : 2025. 05. 17(토) 20:50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펼쳐진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오후 5시18분에 맞춰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일대에서는 연대와 희망의 열기로 가득한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그날 광주를 메웠던 함성과 ‘대동세상’을 재현하며, 오월 정신을 변함없이 계승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이날 오후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이라는 주제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주관한 제45주년 5·18 전야제가 펼쳐졌다. 전야제는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 2부 ‘민주주의 축제’, 3부 ‘빛의 콘서트’로 구성됐다.
그 시작은 1980년 5월 신군부의 계엄령에 맞서 시민들이 금남로로 모여들었던 모습을 되살린 ‘민주평화대행진’으로 막을 열었다. 각자 광주고등학교, 북동성당, 전남대학교, 광주역, 조선대학교 등 5·18 사적지에서 출발한 1만5000여명의 행진 대열은 ‘오월 정신 헌법 수록’ 등을 외치며, 오후 5시를 기점으로 금남로에 집결했다.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 참사 피해자 지원단체와 유가족들도 대오에 함께했다. 이어 풍물단은 거리 곳곳에서 ‘오월 길맞이굿’을 펼치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은하(40)씨는 “그동안 전야제는 참여한 시민들의 마음이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며 “하지만 올해는 계엄 상황을 겪으며 잊혔던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가 돼, 시민들이 하나로 모이는 뜻깊은 축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5시18분에 맞춰 사이렌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거리를 메운 2만여명의 인파는 자리에서 일어나 묵념에 잠겼다. 금남로에서, 전남도청에서 그리고 광주의 거리 곳곳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산화한 오월의 영령들을 떠올리며, 시민들은 모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당시 시민군의 모습을 담은 청년과 예술인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오월 희생자 가족인 오월어머니들은 수십년간 가슴에 품어온 아픔과 그리움을 담은 '5·18 어매'를 떨리는 목소리로 합창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연신 눈가를 훔치는 등 그날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되새겼다.
노석규(72)씨는 “출근을 위해 광주에서 직장이 있던 인천으로 향했고, 그 직후 광주에서 참상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남은 가족들로부터 전해들었다”면서 “광주시민이지만 그날을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며 아픈 기억을 되짚었다.
이후 가수 이은미를 포함한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은 5·18민주화운동과 지난해 12·3 비상계엄 시도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저항을 교차 조명하며, 세대와 시간을 뛰어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공연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저항과 연대,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되새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구은진(39)씨는 “아이들이 학교 교과서로만 접했던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신기해했다”며 “특히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민의 저력을 보며, 아이들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더 깊이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과 함께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오월 광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먼 타지역에서 발걸음한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군포에서 온 김창태(33)씨는 “과거 5·18 전야제를 찾았을 때,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 축제의 모습을 경험했다”며 “최근 광주 정신이 다시 부각되면서 5월을 맞아 일부러 광주를 찾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민들의 주요 투쟁 장소였던 금남로와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광장(5·18민주광장)에는 ‘시민 난장 부스’가 마련됐다. ‘오월 굿즈’ 판매를 비롯해 환경, 역사, 인권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체험과 행사 부스가 운영되며 축제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 가운데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곳은 지역 공동체의 연대 정신을 상징하는 ‘광주 주먹밥’ 등 나눔 부스였다. 봉사자들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먹거리를 받아 든 시민들은 서로 나누며 버텨냈던 그날의 정신을 되새겼다.
부스를 운영한 오월어머니 이정덕(74)씨는 “지난해와 달리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주먹밥을 준비했다”며 “시민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고, 준비한 보람이 크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한빈(63)씨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당시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서 “그날처럼 어머니들이 다시 주먹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그 시절 광주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직접 부스를 운영하거나 행사장을 순찰하며 치안 유지와 시민들의 안전 확보에 힘썼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거리 곳곳에 배치돼 안내와 정리 등을 도우며 원활한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탰다.
변예나(남부대 간호학과 1년)씨는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며, 광주 정신을 되새기고자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행사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준명·정승우 기자
이날 오후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이라는 주제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주관한 제45주년 5·18 전야제가 펼쳐졌다. 전야제는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 2부 ‘민주주의 축제’, 3부 ‘빛의 콘서트’로 구성됐다.
그 시작은 1980년 5월 신군부의 계엄령에 맞서 시민들이 금남로로 모여들었던 모습을 되살린 ‘민주평화대행진’으로 막을 열었다. 각자 광주고등학교, 북동성당, 전남대학교, 광주역, 조선대학교 등 5·18 사적지에서 출발한 1만5000여명의 행진 대열은 ‘오월 정신 헌법 수록’ 등을 외치며, 오후 5시를 기점으로 금남로에 집결했다.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 참사 피해자 지원단체와 유가족들도 대오에 함께했다. 이어 풍물단은 거리 곳곳에서 ‘오월 길맞이굿’을 펼치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은하(40)씨는 “그동안 전야제는 참여한 시민들의 마음이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며 “하지만 올해는 계엄 상황을 겪으며 잊혔던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가 돼, 시민들이 하나로 모이는 뜻깊은 축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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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펼쳐진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풍물단이 ‘오월길놀이’를 펼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노석규(72)씨는 “출근을 위해 광주에서 직장이 있던 인천으로 향했고, 그 직후 광주에서 참상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남은 가족들로부터 전해들었다”면서 “광주시민이지만 그날을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며 아픈 기억을 되짚었다.
이후 가수 이은미를 포함한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은 5·18민주화운동과 지난해 12·3 비상계엄 시도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저항을 교차 조명하며, 세대와 시간을 뛰어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공연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저항과 연대,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되새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구은진(39)씨는 “아이들이 학교 교과서로만 접했던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신기해했다”며 “특히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민의 저력을 보며, 아이들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더 깊이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과 함께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오월 광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먼 타지역에서 발걸음한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군포에서 온 김창태(33)씨는 “과거 5·18 전야제를 찾았을 때,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 축제의 모습을 경험했다”며 “최근 광주 정신이 다시 부각되면서 5월을 맞아 일부러 광주를 찾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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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펼쳐진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주먹밥을 나누고 있다. 정승우 기자 |
이 가운데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곳은 지역 공동체의 연대 정신을 상징하는 ‘광주 주먹밥’ 등 나눔 부스였다. 봉사자들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먹거리를 받아 든 시민들은 서로 나누며 버텨냈던 그날의 정신을 되새겼다.
부스를 운영한 오월어머니 이정덕(74)씨는 “지난해와 달리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주먹밥을 준비했다”며 “시민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고, 준비한 보람이 크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한빈(63)씨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당시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서 “그날처럼 어머니들이 다시 주먹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그 시절 광주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직접 부스를 운영하거나 행사장을 순찰하며 치안 유지와 시민들의 안전 확보에 힘썼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거리 곳곳에 배치돼 안내와 정리 등을 도우며 원활한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탰다.
변예나(남부대 간호학과 1년)씨는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며, 광주 정신을 되새기고자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행사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