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유가족들, 아픔 넘어 연대…“슬픔을 나누는 것이 위로”
참사 유족, 세월호 기억식 참여
제주항공 유족 "서로의 위로, 깊이 남아"
이태원 유족 "잊으면 참사 반복"
입력 : 2025. 04. 17(목) 18:30
16일 목포 달동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가 주관한 11번째 기억식이 열렸다. 이번 기억식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참석해 조문했다. 정승우 기자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제주항공 참사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추모 행사장을 찾았다. 생생한 아픔을 공유한 이들은 말없이 조문하고,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아직 사고 조사와 법적 대응 초기 단계에 있는 유족들은 과거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받은 위로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참사를 겪은 이들의 연대는 슬픔을 나누는 것을 넘어 또 다른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이 되고 있다.

4·16 세월호참사 11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오후 목포 달동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가 주관하는 11번째 기억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유가족, 10·29이태원참사가족협의회 등 다른 참사 피해 유족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참사 수습 때 방문해 전해줬던 세월호 유족들의 위로와 응원을 잊을 수 없다고 기억식 방문의 이유를 설명했다. 큰 아픔을 겪은 유족들이 함께 연대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위로의 릴레이는 세월호 유족들 방문이 첫 시작이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때, 처음 현장을 방문해 위로의 말을 전했고, 지난해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에도 바로 사고 현장을 찾아 조문했다. 슬픔을 넘어선 연대의 정신은 참사 유족들 모두에게 퍼져 이태원 유족들은 다시 제주항공 참사에, 제주항공 유족들은 또 다시 이번 세월호 기억식까지 참석하는 동행을 만들었다.

장동원 세월호참사 유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짧은 만남 속에 많은 위로가 오간다’고 참사 유족들의 연대 활동을 설명했다.

장 팀장은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참사가 계속 이어졌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조문을 가고 위로는 나누는 방식이다”고 교류의 방식을 말했다.

이어 “크게 말은 못 나누지만 같은 참사를 겪은 이들이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며 “감정적으로 너무 고되기 때문에 간단히 조문하고 인사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도 지난 5일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 추모제’에 세월호 유족 및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방문해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유찬 제주항공 참사 언론홍보본부장은 “이번 세월호 행사에는 저희 유족 5명이 참석했다”며 “다른 참사의 유족분들이 직접 참사 때 찾아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던 것이 생생하다. 그때 받은 마음이 지금도 감사하게 남아 있고, 이번 행사 참석도 작지만 진심 어린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백 이태원유가족협의회는 참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된다며 서로간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참사는 기억해야 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에 서로간의 위로와 애도가 필요하다”며 “유족들이기 때문에 서로 아픈 마음을 더 공감할 수 있다. 함께 연대해 억울함과 슬픔을 풀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은 생명안전기본법 추진을 비롯한 재발방지 대책과 유족들의 대응을 지원해주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사단법인 설립 등 정관 작성이나 내부 조직 구성 같은 실질적인 부분을 문의하기도 한다”며 “이태원 참사의 경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과정이 어려워 저희가 겪어온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원 내용을 설명했다. 참사의 깊은 아픔을 넘어 연대와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 유족들이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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