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속 작은 농촌학교, 광주 본량초 '특별한 입학식'
초등학교·병설유치원 총 9명 입학
'긴장 반 기대 반' 설렘 속 첫 등교
"건강하고 바르게만"…학부모 기대
'작은 학교 살리기' 폐교 위기극복
"규모 작아도 꿈은 큰 학교로 도약"
입력 : 2025. 03. 04(화) 18:19
광주지역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4일 광산구 본량초등학교 입학식에서 4명의 입학생들이 김정우 교장으로부터 입학 허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 본량초등학교 신입생 4명, 병설유치원 신입생 5명의 입학을 허가합니다.”

김선화 본량초 교감이 신입생 9명의 입학을 엄숙히 선언하자, 작은 교실에 모인 학부모와 교직원, 재학생들이 따뜻한 박수로 어린 학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했다.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아이들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입학 축하 선물을 받으며, 담임교사와 포옹을 나눴다. 아직은 새로운 환경과 학급 친구들이 낯선 듯 어색한 모습이 엿보였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입학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본량초등학교에서는 신입생 9명과 재학생 28명이 함께한 특별한 입학·시업식이 펼쳐졌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개교한 본량초는 90년을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로, 광주의 최외곽 농촌 지역인 본량동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농촌 지역 이주 가속화의 직격탄을 맞아 매년 신입생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폐교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는 학교의 위치적 장점을 살린 ‘농촌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특화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고자 힘을 모았다. 1년간의 노력 끝에 ‘2024 광주학교자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고, 본량초와 병설유치원은 각각 4명과 5명의 신입생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이날 입학식을 개최할 수 있었다.

광주지역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4일 광산구 본량초등학교 교실에서 신입생들이 담임 교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양배 기자
시원한 3월의 봄비 속, 생애 첫 등교와 등원길에 나선 학생들은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학교를 향해 떨리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학교와 새로 사귈 친구들에 대한 기대가 학생들의 눈빛에 고스란히 담겼다.

어느덧 학교의 ‘터줏대감’이 된 재학생 선배들은 애정 어린 미소로 신입생 후배들을 맞이했다. 입학식에서는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입학 축하 공연을 펼쳐 그 의미를 더했다.

임장호(11)군은 “입학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학년으로서 후배들을 받게 돼 감회가 새롭다. 후배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학부모들은 어느덧 훌쩍 자라 학교와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듯,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도심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자연 친화적인 농촌 학교에서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훈(46)씨는 “도심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모심기’, ‘벼농사 체험’ 등 농촌학교의 교육활동을 통해 자녀가 보다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과는 먼 거리에 떨어진 본량초 입학을 결정했다”면서 “학교 선배인 형, 누나, 학우들과 돈독하게 교우관계를 가지며, 바르게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손자의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입학식에 참석한 송명옥(63)씨도 “1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던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통학버스를 타고 먼 거리를 오갈 손자 생각에 걱정도 되지만, 쾌적한 환경과 열의 넘치는 교직원들을 보며 마음이 놓인다. 열심히 공부하고, 뛰어놀며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본량초는 광산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지역 ‘농촌 자율학교’로써, ‘스스로, 함께’라는 기치 아래 작은 학교 살리기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1년간의 실천 사례를 담은 ‘2024 본량의 행복했던 순간들’이라는 책을 발간해, 학교의 성과와 경험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정우 본량초 교장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아이들의 미래와 꿈만큼은 크게 키울 수 있는 학교로 도약하겠다”며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도 학부모와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교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광주시교육청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