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도 옛말”…고수온에 어획량 급감 '가격 폭등'
도매가 1㎏ 17600원…전년비 3배↑
‘서민 횟감’ 광어·농어 가격도 껑충
남해안 등 고수온특보 ‘역대 최장’
상인들 “장사 이래 이런 적은 처음”
입력 : 2024. 10. 27(일) 17:43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국내 연안의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어 등 제철 수산물 어획량이 줄고 가격이 급등하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의 한 횟집에서 전어 등 각종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요즘 전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가격도 2배 이상 껑충 뛰어서 손님들도 주문을 망설입니다.”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손점순(64)씨는 가을 제철 수산물인 전어 물량이 크게 줄면서 도매가격이 급등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씨는 “지난해에는 전어를 30㎏ 정도 들여올 수 있었다면 올해는 물량이 줄어 10㎏ 들여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가격도 크게 올랐다. 채솟값부터 수산물까지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콩나물’ 빼고는 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렇게 식자재비가 폭등하면 소상공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35년 장사하면서 식자재비가 이렇게 비싼 적은 처음이다”고 토로했다.

추워진 날씨에도 가을 전어 등 제철 수산물이 사라졌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국내 연안의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산물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어는 물론 꽃게, 광어, 농어 등 서민들이 주로 찾는 어종들을 중심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도 급등해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의 ‘수산경제리포트’ 등에 따르면 10월 2주차(7~12일) 노량진수산시장 기준 전어 1㎏ 평균 경매 가격은 1만7600원으로 전년 동기 6200원보다 183.9%나 올랐다.

이는 전어 어획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어 어획량은 338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70톤과 비교하면 약 47.8% 줄었다. 9~10월이 제철인 수꽃게 1㎏ 가격은 2만1600원으로 전년 동기 7800원 대비 176.9%, 암꽃게 1㎏는 1만7200원으로 전년 5400원보다 218.5% 각각 상승했다. 지난달 꽃게 위판량은 2707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5152톤)보다 약 47.5% 감소했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광어와 농어의 가격도 급등했다. 자연산 광어 1㎏은 3만3600원으로 전년 대비 90.9% 올랐다. 자연산 농어 1㎏도 2만800원으로 전년 대비 80.9% 상승했다.

광어 생산량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월 광어 생산량은 3635톤, 2023년 10월 3499톤, 올해 3400톤(추정)으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고수온으로 폐사한 어린 광어가 급증하면서 250g 미만 광어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35.6% 줄었다.

어패류 생산량 역시 감소했다. 지난 18일 기준 올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홍합은 2245줄로, 1줄에 약 14만2000마리인 것을 감안하면 3억마리가 넘는다. 굴 역시 지난해의 8배가량인 7625줄이 폐사했다.

어획량 감소와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고수온이다. 전어의 경우 14~27도에서 서식하는데 지난 8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28.3도까지 치솟았다. 고수온 현상은 이달 초순까지 이어졌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남해안의 수온은 24.2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2.2도 높았다. 같은 기간 동해안과 서해안도 각각 23.0도·23.1도로 평년보다 1.8도·1.9도 더 높았다. 지난 7월 24일 발효된 고수온특보는 10월 2일이 돼서야 해제됐으며, 71일간 이어져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고수온 주의보는 평년보다 수온이 2도 이상 오를 때 발령된다.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손님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상황에서 채소류부터 주재료인 수산물까지 줄줄이 가격이 폭등해 이윤을 남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횟집 주인 박용수(46)씨는 “수산물 어획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긴 하나 올해 유난히 단가가 오른 듯하다. 크기마다 다르지만, 예전에는 광어 가격이 ㎏당 1만8000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2만5000원 정도에 들여오고 있다”며 “채소류는 가격이 조금 내려가 안심했는데,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올해는 또 어떻게 장사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고수온 피해와 기후 변화 대책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 다음 달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어선·양식 어업의 대처법, 개선이 필요한 규제, 안전한 수산물 수입 방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경제일반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