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추' 가격 한풀 꺾였지만… 김장 부담은 '여전'
배추1포기 8860원 5일 새 9.22%↓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도 하락세
공급량 감소 등 불안요소는 상존
농림부 “이달 하순 평년수준 회복”
입력 : 2024. 10. 16(수) 18:33
연일 고공행진하던 배춧값이 한풀 꺾여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가파르게 오른 채소류 가격이 평년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가 폭염 등의 영향으로 배추 공급량이 감소해 배춧값 불안이 김장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김장 담그기를 포기하는 소위 ‘김포족’도 등장하고 있다.
연일 고공행진하던 배춧값이 한풀 꺾이면서 김장철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金)배추’의 대체재로 떠올라 수요가 급증한 얼갈이배추와 양배추 등 일부 채소 가격도 하락세다. 하지만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가파르게 오른 배추 가격이 평년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또 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줄어든 데다 폭염 영향으로 공급량이 감소해 배춧값 불안이 김장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김장을 포기하는 소위 ‘김포족’도 등장하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광주지역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8860원으로 불과 5일 전인 9760원과 비교해 9.22%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6525원)와 비교하면 35.79%, 평년(6444원)보다는 37.49% 증가한 가격이다.

배추 대체재로 떠오르며 가격이 상승했던 얼갈이배추와 양배추 가격도 한풀 꺾였다. 지난 15일 양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4330원으로, 지난달 26일 4500원까지 치솟은 이후 같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지난 11일 4330원(-3.78%)으로 하락했다. 얼갈이배추 1㎏ 소매 가격은 5563원으로 지난 8일 6023원과 비교해 일주일 만에 7.64% 낮아졌다. 이는 전월(4836원) 대비 15.03%, 평년(2745원) 대비 102.66% 상승한 가격이다.

김장 재료로 쓰이는 고춧가루는 평년 대비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고춧가루 1㎏ 소매 가격은 3만333원으로 전월 대비 13.57% 낮아졌다. 전년보다 14.74%, 평년보다 8.03% 하락했다. 무 1개 가격은 3330원으로 전월(3762원)보다 11.48% 낮아졌다. 다만 무 가격 역시 전년보다 37.38%, 평년보다 17.29% 높다. 대파 1㎏, 생강 1㎏ 가격은 각각 3907원·1만6833으로 전월 대비 15.73%·6.9% 상승했다.

이처럼 김장 주재료 가격이 하락해 김장철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배춧값이 5000원을 넘어설 거라는 분석이 나와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물가협회는 이날 배추 수급 동향과 지난 20년간의 생활물가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는 11월 배추 소매 가격이 포기당 평균 53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해 배추 공급이 감소한 탓이다. 예측된 배추 가격은 11월 기준 최고가이며 작년 같은 달보다 22.5% 비싸다. 11월 포기당 배춧값은 △2020년 2981원 △2021년 3480원 △2022년 3848원 △2023년 4327원 등으로 매년 올랐으며 다음달 처음으로 5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비용 부담으로 김장 양을 줄이거나 김장 자체를 포기하는 ‘김포족’이 등장하고 있다.

매년 김장을 한다는 유점심(74)씨는 “김장철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배추 가격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단 최대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며 “가격이 하락해도 김장 비용이 예년보다 많이 들어간다면 김장하는 양을 줄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상인들 역시 김장 비용 부담을 낮추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양동시장 상인 고모(54)씨는 “배추 가격이 떨어진 건 체감되지만 여전히 좋은 배추는 1포기에 1만2000원, 비교적 상태가 나쁜 작은 배추는 6~7000원에 판매 중이어서 아직까지도 ‘너무 비싸다’며 구매를 포기하는 손님들이 있다. 김장 비용이 부담된다면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올해는 날씨 등 변수가 많아 지켜봐야겠지만, 다음 달부터는 가격이 낮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배추 가격이 확 내려가면 배추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0년 ‘김장, 늦게 할수록 저렴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농림부는 9월 초 태풍으로 초기 생육이 부진했으나 10월 기상 호조로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배추·무 공급이 늘어나 연말로 갈수록 김장 비용이 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4인 가구 김장비용(20포기 기준)은 10월 상순 45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35만6000원)보다 10만원 비쌌다. 하지만 10월 하순에는 33만2000원으로 전년(32만4000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11월에는 상순 29만8000원, 하순 30만6000원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2월 역시 상순 29만5000원, 하순 29만8000원으로 20만원대 후반으로 전망됐다.

한편 농림부는 현재 기상 호조로 배추 생육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달 하순부터 준고랭지 배추와 김장 배추 조기 출하가 이뤄지면 배춧값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사진=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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