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전라맛도'
입력 : 2024. 09. 18(수) 15:18
최도철 미디어국장
 지인이 추석선물이라며 조청과 식혜를 보내왔다. 피자, 치킨보다 옥수수, 고구마를 더 좋아하는 입맛인지라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 그지 없었다.

 조청이나 식혜는 김치, 된장, 젓갈, 전통주처럼 삭히고, 익히고, 빚고 기다려야 하는 발효음식 가운데 하나다.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발효는 신비롭다. 식품이 발효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영양소는 향은 물론, 몸속의 노폐물을 씻어주는 정장 효과도 탁월하다.

 ‘제3의 물결’로 잘 알려진 문명평론가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제3의 맛은 발효라며 발효음식을 극찬했다.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 교수도 ‘생각’이라는 책에서 김치가 한국음식을 대표한다는 것은 발효가 한국음식의 밑바탕이라는 말과 같다고 표현했다.

 지인들과 팔도 먹거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음식맛은 역시 전라도’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식가들이 성지로 꼽는 맛기행 1번지는 단연 청정바다와 갯벌, 산과 들에서 온갖 물산이 풍성하게 나는 ‘전라도땅’인 것이다.

 비길 데가 없는 탁월한 맛을 자랑하는 ‘전라도 음식’의 원천은 발효에 있다. 다듬고, 삭히고, 익혀 세월에 맡기는 남도의 발효음식은 기다림의 산물이다.

 음식의 풍미에 더해,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전남 우수 발효음식은 그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누구나 즐겨먹는 김치만 해도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깻잎김치, 파김치 등 20여 가지가 넘는다. 홍주, 진양주, 황칠증류주 등 전통주는 물론 새우젓, 멸젓, 황석어젓, 갈치젓 등 전남산 젓갈류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뿐이겠는가. 발효식초와 함께 수백년 전통 대물림을 고수한 종가들의 깊고 진한 맛을 지닌 된장, 고추장 등 장류도 전국 유명 쉐프들이 즐겨 찾는다. 부드러운 식감과 독특한 맛을 내는 발효떡도 유명하다. 화순 사평이나 광양의 기정떡, 담양오방기정떡은 널리 알려진 특산물이다.

 가히 맛의 예술을 자랑하는 남도 음식을 한자리에서 모두 맛볼 수 있는 흥겨운 잔치가 한바탕 펼쳐진다. 올해로 30년 역사를 가진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다.

 미향(味鄕) ‘전라맛도’의 명성을 잇는 대한민국 대표 음식 축제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는 다음 주인 27일부터 사흘간 ‘남도의 맛! 세계를 잇다!’라는 주제로 목포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글로벌 축제로 열린다.

 웅숭깊은 전라도 사람들의 정서와 인심, 그리고 손맛이 빚어 낸 남도음식의 게미진 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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