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현진>세상에서 최고의 보물은 사랑에 눈을 뜨는 것
주현진 칼럼니스트
입력 : 2024. 09. 09(월) 17:33
주현진 칼럼니스트
요즘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어쩌면 평범하고 사소할 트로트 풍 가요지만 인생 100살이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현실 때문일까.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배꼽 잡고 웃으면서 ‘맞아 맞아’ 무릎을 친 기억이 생생하다. 주위에서도 노래 가사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놀랍지 않은가?. 코앞에 닥친 ‘100세 시대’에 딱 맞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수 없으면, 혹은 우주인이 쳐들어 오기 전에는’ 100살까지 산다는 게 우스게였다. 그러나 이미 한국인 남녀 평균 기대 수명은 이미 80세를 훌쩍 넘겼고 해마다 1~2년씩 늘어간다고 한다. 그야말로 100세 인생이 남 얘기가 아니다. 해방둥이로 70대를 넘어 어느 덧 80대를 눈 앞에 둔 필자도 평균으로만 친다 해도 ‘아직은 쓸 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년이 60세로 됐다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은퇴를 앞뒀거나 이미 은퇴를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어느 모임이거나 만나면 가장 뜨거운 주제도 은퇴 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로 모아진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 없이 맞이하는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다. 대부분은 여행이나 봉사, 종교, 취미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들 한다. 그래야 시간이 잘 갈 거라고 한다. 사람은 희노애락이 다 비슷하다.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또는 배운 자나 배우지 못한 자나 평생 웃어야 할 웃음의 크기와 흘려야 할 눈물의 양이 다 비슷하다. 가졌다 해서 더 많이 웃는 것도 아니며 못 가졌다 해서 그보다 덜 웃는 것도 아니다. 없는 자는 붕어빵 한 봉지로도 밤새 기쁠 수 있지만, 있는 자는 고급 호텔 음식으로도 전혀 기쁘지 않을 수 있고, 1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자가 근심이 10근이라면 6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자의 근심은 60근이 될 수도 있다. 짊어져야 할 짐도 사실은 다 같은 것이다.

심지어는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웃음과 눈물이 다 똑같다. 믿지 않는다고 하는 일이 실패만 하고 몸에 병만 걸리며 인생사에 안 좋은 일이 겹치는 것이 아니며, 열심히 믿어도 똑같이 실패를 하고 똑같이 병에 걸리며 똑같이 사고를 당하거나 억울한 일이 찾아들게 된다. 아니, 믿기 때문에 세상사에서 불편한 일을 더 많이 겪게 된다. 그럼 왜 배우려고 하고 왜 가지려고 하며 또 왜 믿으려고 하는가? 한마디로 그것들이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 근본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배우고, 가지고, 믿어도 세상을 걸어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고 고달픔 뿐이다.

그럼 사람의 근본은 무엇인가. 사람의 존재는 본래 사랑으로 빚어진 것이기에 자기 안에서 그 사랑만 찾으면 그가 걷는 삶의 여정에 보물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을 바라보게 되지만 사랑을 찾지 못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많이 얻어도 눈물 안에 담긴 기쁨이나 고통 속에 숨겨진 진주를 발견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진짜 같은 가짜 보물이 많으며 또한 가짜로 보이는 진짜 보물도 많이 있다. 그런데 진짜는 항상 후미진 곳에 가려져 있거나 숨겨져 있으며, 가짜는 또 사람의 눈을 현혹하는 화려한 빛깔이나 겉모습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포장지(?)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가난이나 눈물은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잘 살펴보면 진짜 보물이 거기에 있고, 재물이나 웃음이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닌 것은 가짜가 항상 그곳을 아지트로 삼기 때문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사랑의 눈만 뜨면 그는 세상에서 최고의 보물을 얻은 것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너무 소중한 것이다. 혹시나 내 나이 90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사랑이 남아서 못 간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테마칼럼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