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타인의 시선에 대한 욕망 그리고 인생샷
김세휘 감독의 '그녀가 죽었다'
입력 : 2024. 05. 19(일) 17:52
![](http://jnilbo.com/upimages/gisaimg/202405/19_736595-43.jpg)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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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 스틸샷 |
“우리는 인생샷은 알지만 인생샷을 찍는 여성들은 모른다.” 여성학 논문으로 ‘인생샷 뒤의 여자들’(2023)이란 책을 펴낸 저자 김지효는 인생샷을 찍는 여성의 심리를 디지털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전개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여성에게 부과되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만연된 총체적 문제이다. 그런가 하면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여성이 SNS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산업구조가 있다. 보여주는 데 그치는 지극히 가벼운 나르시시즘을 과거의 ‘된장녀’, 현재의 ‘인스타충’으로 지칭하고 ‘인생샷을 찍는 여성’ 심리에 대입한다. 저자는 인생샷 뒤에 있는 여자들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피드였고, 피드와 피드 사이에는 다양한 양가적 가치와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피드를 통해 이미지를 관리하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지 콘셉트를 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사진만을 전시, 관리한다. ‘강남미인’이나 ‘떡칠녀’를 피하기 위한 ‘꾸안꾸’ 사진보정을 통해 “여성들은 자기수용과 자기부정, 자기애와 자기혐오를 오가다 자꾸만 발이 엉킨다”는 심리를 지적한다. 영화의 마지막 신에 소라가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다.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소라의 지극히 만족스러운 미소가 이어진다.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욕망하는 그녀는 수많은 인플루언서의 근원적 욕망과 닮아 있다.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형사 오영주(배우 이엘)의 중심 잡힌 무게감으로 대신한다. “구정태, 당신이 피해자라 생각지 말아요. 당신 역시 스토킹 범죄자니까.” 미디어 절대권력자 개인은 소셜 미디어, 개인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이지만, 권력에의 의지와 그에 따라오는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인간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야 조화롭지 않을까… 영화는 반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