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평생 운영했는데”… 개 식용 금지에 보신탕집 ‘울상’
개식용금지 특별법 국회통과
도살·유통땐 징역·벌금형
전업 지원 등 후속대책 필요
“제대로 된 보상 뒷받침돼야”
입력 : 2024. 01. 10(수) 18:16
10일 광주 남구 한 보신탕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보신탕을 먹고 있다. 정성현 기자.
개식용금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식당 상인들이 생계를 호소하고 있다. 10일 광주시내 한 보신탕집. 김양배 기자
“코로나19 때도 빚을 내서 운영했는데…적절한 보상도 없이 폐업할 순 없습니다.”

10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니 ‘염소탕’ ‘양탕’ 등 문구가 적힌 보신탕집(개 식용 음식점)이 눈에 띈다. 한 때 이 시장에는 보신탕 가게가 여러 곳 있었지만 이제는 한 곳만 남아 있다.

30여년 흑염소와 개고기 요리를 판매해 온 김모(70)씨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분주했다. 뼈를 바르고 국자로 솥을 저으며 탕을 끓이고 있었다. 일찍부터 가게를 찾은 어르신들도 음식을 먹으며 몸을 녹였다. 다른 해장국 가게와 달리 손님이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한두명 단골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전날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탓인지 가게는 더 썰렁했다. 김씨는 “금지시킨다고 하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 요즘 인식탓에 고민을 하던 차였는데 시원섭섭하다”며 “(정부가) 전업을 돕는다는 말은 못들어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일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신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특별법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을 금지하고 개 식용 도축 유통 상인 등에게 개 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이행하도록 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 후부터 시행된다. 3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7년부터 개고기 제조와 유통이 완전히 불법이 되는 셈이다.

이날 만난 개 식용 음식점 상인들은 “올 것이 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른 보신탕 가게 상인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가게는 아니어도 단골들은 꾸준히 왔다”며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힘들었는 데 이젠 자포자기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남구 백운동서 30년 째 가게를 운영중인 이모(61)씨는 “아버지때부터 이어져 온 집이다. 어릴 적 ‘젊은 사람이 왜 보신탕집을 하냐’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가게를 이어왔다”며 “가보같은 곳인데 이제 다 끝났다. 단골들도 많고 젊은 사람도 자주 찾는데 참 아쉽다”고 말했다.

보신탕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이곳은 부정적인 시선 등으로 약 10년 전부터 양탕(흑염소)을 같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 다른 품목을 들여왔지만 매출은 점차 떨어졌다.

이씨는 “언젠가 (개 식용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래서 대안을 마련한건데 연이은 적자로 아예 문을 닫기 직전이다. 다른 집들도 다 마찬가지”라며 “정부서 지원책을 마련한다 해도 피부로 와닿을지는 미지수다. 뭘 어떻게 보상 해준다는 지 정해진 바도 없지 않나. 결국 법만 만들어 놓고 상인들에게 ‘3년 시한부’를 선고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상인은 “요즘 개고기를 안먹는다고 하는데 60~70대 어르신들은 꾸준히 온다. 30~40대 손님들도 술안주로 많이 포장해 가기도 한다”며 “30년 넘게 해 온 일인데 3년만에 다른 일을 알아보라니 당황스럽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염소나 국밥 등 다른 일들을 찾아보고 있지만 쉽지만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특별법에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 사육 농장주,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주 등이 전업했거나 폐업한 경우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국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졸속 추진”이라며 반발했다.

상인 이 모씨는 “나이든 사람들이 3년안에 무슨 수로 업종을 바꾸겠는가”며 “태어나 해 본 일이 이 일 밖에 없다. 국밥집으로 바꾸려해도 상권과 거래처가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개고기 논쟁은 수십년 전부터 이어 왔지만 상인들 보상문제는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상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 지 분노가 치민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육견협회는 개 한 마리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 손실액 2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기준 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는 52만마리로 집계됐다. 육견협회 요구를 수용할 경우 개 사육 농장에 대한 보상액만 5년간 1조원대에 이른다.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 등에 대한 보상까지 추가되면 보상액 규모는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육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합법적인 개 사육을 위해 대출까지 받은 종사자의 영업 손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나 기본적인 생계 대책을 전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먹을 권리와 종사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입법”이라고 반박했다.
송민섭·정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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