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
적반하장·남우충수 뒤 이어
입력 : 2023. 12. 10(일) 17:45
2023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을 꼽았다.

교수신문은 올해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견리망의’가 응답자 30.1%(396표)의 지지를 얻었다고 10일 밝혔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가 각자도생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政=正)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가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의로운 정치보다 눈 앞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 피싱, 교권침해 등에 대해서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시피 하고 있다”며 “당장 내 아이의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들이 많이 보도됐다. 아이들에게 당장 눈앞의 점수나 이익을 위해 사람의 도리를 뒤로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견리망의 하면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며 “올해는 견리망의의 해였다. 내년에는 견리망의가 아닌 견리사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은 25.5%(335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이승환 고려대 동양철학과 명예교수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해 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위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 틈에 끼어 인원 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24.6%(323표)의 추천을 받은 ‘남우충수(濫ㅇ充數)’에 돌아갔다.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며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20명의 추천위원을 통해 26개의 사자성을 추천받아 내부 검토를 거쳐 상위 5개의 설문조사용 사자성어 후보를 확정, 지난 11월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를 거쳤다.
김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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