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지구의 날
곽지혜 취재1부 기자
입력 : 2024. 04. 21(일) 18:01
곽지혜 기자
약 50억년 전, 태양계 중심부에서는 수소와 헬륨 가스가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우리의 낮을 밝혀주는 ‘태양’이 생겨났다. 태양 주변에서는 먼지와 가스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원시 태양계 원반’을 형성했으며, 원반 안에서 다시 뭉쳐진 먼지와 가스 입자들은 작은 천체가 되어 태양계 곳곳에 자리했다.

뜨거운 마그마로 뒤덮여 있던 한 천체에서는 철과 니켈과 같은 무거운 금속들이 중심부로 모여 핵을 구성했고, 규소나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물질들이 표면을 형성했다. 마그마로 인한 내부 압력 변화로 10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뜨거워졌다, 차가워지기를 반복하면서 천체의 겉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물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

태양보다 23도 기울어진 삐딱한 각도로 공전하던 이 천체에는 충돌 혹은 분열로 생성된 위성까지 맴돌기 시작했다. 위성이 주는 압력으로 표면의 판이 깨지고 이동면서 대륙이 생겨났고, 계절의 변화도 만들어졌다.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 지구의 탄생이다.

생명이 살기에 금성은 너무 뜨거웠고, 화성은 너무 추웠다. 물과 대륙, 계절이 존재하는 지구에는 곧 단순한 생물체들이 형성됐다. 이 생물들은 지구의 지표와 대기를 변화시켰으며, 산소와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들의 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생물이 숨 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형성하고 유지한 것이다. 이렇게 온갖 필연과 우연이 반복되면서 생명체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이 된 지구에는 약 200만년 전 인간이 등장해 태초의 생물들처럼 지구의 생태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포식자와 계절의 변화 등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인간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살고자 ‘화학적’ 행동을 시작했다. 화학연료의 개발과 사용, 그리고 산업화는 수십억년 동안 변화해 온 지구를 불과 300년 만에 바꿔놓았다. 이제 지구는 마그마가 아닌 온실가스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가 탄생한 날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4월22일을 지구의 생일, 지구의 날로 정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200여개의 나라와 5만여개의 단체가 이날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각종 캠페인을 진행한다. 특히 ‘10분 소등’은 지구의 날 전 세계적으로 실시되는 대표적인 캠페인이다. 10분 간의 소등으로 국내에서만 약 52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불을 끈 순간에는 한 치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지면 인간의 눈은 희미해도 형체를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시력을 되찾는다. 그렇게 창문을 찾아 커튼을 열어젖히면 달빛에 비친 세상의 모습,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을 볼 수 있다.

탄생 이후 오늘날까지, 어쩌면 지구에는 지금이 불을 끈 시간일지 모른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지, 잠시 숨을 고르고 커튼을 열어젖혀 환한 달빛을 만끽할지는 우리에게 달렸을 따름이다.
서석대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